- 등짝을 딱! 때려주고 싶어
50.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전화 상담을 하다 보면 유난히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당신 나이가 몇이냐,부터 전공이 뭐냐, 상담원 경험이 몇 년이냐, 짜증 나는 경우엔 어떻게 대처하느냐, 시시한 내용 가지고 전화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 직장 생활을 해봤느냐, 심지어 친구들이 많냐, 예전에 꿈이 무엇이었냐, 까지.
상담원이 젊으면 ‘인생 경험도 없으면서 무슨 상담을 하려고 하느냐’며 쯧쯧 한다. 오래 살아서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뭘 물어보려면 경로당을 찾는 게 낫지. 인생은 경험해서 체득하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얼마나 더 많은가.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아닌가.
질문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 얘기는 잘하려 들지 않고 자기 생각만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10여 년 전에 아내로부터 황혼이혼을 당했다는 내담자도 질문이 많았다. 당시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고 자식들도 결혼해서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던 터라 아내의 느닷없는 이혼 청구에 내담자는 무척 놀랐다.
아내가 제시한 이혼 사유는 모멸, 멸시, 망신 등이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알아보니 이것 가지고는 이혼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안심했는데 자식들이 증언대에 섬으로써 결국 이혼 결정이 났다.
송수화기를 통해 아내에 대한 욕설과 자식들에 대한 저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마누라고 자식이고 다 필요 없어요. 누구 때문에 내가 죽어라 일했는데... ”
“내 인생을 망친 그것들을 어떻게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내담자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건 자기 입장이고, 아내 편에서 보면 평생을 죽어지낸 것 아닌가. 자식도 오죽하면 증언대에 섰겠는가. 누가 누구의 인생을 망친 건가.
그의 푸념을 들어만 주고 별다른 응대를 안 하자 ‘왜 위로를 안 해주냐’고 했다. 위로도 아무에게나 하는 게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히 해주어야 위로의 효과가 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의 등짝을 딱! 때려주면 좋겠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