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의 너를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보는 세계에는 한계가 있다.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온 20대 여자의 시선으로 산다.
예민하게 바라보는 편이지만 여전히 그냥 지나쳐버리는 게 많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시선이 조금은 넓어졌다 자신하다가도
무언가의 앞면만 보았을 뿐, 뒷면은 존재한단 생각조차 못 할 때가 있다.
당연하게 존재해온 뒷면을 알아차린 날은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다른 삶을 찾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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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다큐3일>과 <유퀴즈온더블럭>이다.
다큐3일은 다시 보기를 해가며 보는 편이고, 유퀴즈는 첫 방송부터 쭉 시청해왔다.
두 프로그램엔 수많은 시선이 있다.
평생 시골에서 정직함을 덕목 삼아 땀 흘리며 살아온 할머니의 시선,
아마 나와 절대 상관없을 분야인 법조계 엘리트의 시선,
그리고 그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28년이란 시간을 걸어온 사람의 시선.
그 시선은 그들 말속에 담긴 알맹이로, 또 알맹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그들을 보며 나는 상상한다. 겪어보지 못할 삶을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그 삶 위에 서있는 사람이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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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성소수자와 관련된 기사에 달린 수많은 악성 댓글을 봤다.
마치 그 사람은 종이 위에 쓰인 글자에 불과한 거처럼 아픈 말을 던지고 있었다.
애쓰고 노력해서 기어이 상처 주려는 그 마음에 화가 났다가 슬퍼도 졌다.
그날 저녁을 먹으며 애인과 얘기했다.
‘타인의 사소한 고난과 불편함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거 같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했던 결혼식이라는 행사가,
그 기사 속 사람에겐 ‘저희 때문에 피해가 가면 어떡하죠.’라고
웨딩홀 관계자에게 묻게 되는 일이었다.
축복보다 걱정을 먼저 맞닥뜨리게 하는, 모래알처럼 거슬리고 유치한 차별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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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작고 일상적인 고난들에 잔뜩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던 그 사람을 상상한다.
당장 그 모래더미를 헤집어줄 수는 없다 해도 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늘 생각해야지.
그리고 언젠가 내게 그런 날이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이라도 덜어주어야지.
서툴겠지만 애써가며 상상하는 힘을- 상상력을 단련할 필요를 느낀다.
튼튼하고 건강한 상상력으로 모래더미를 헤쳐나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