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ver ending summer
우리는 생일이 3일 차이로 둘 다 한여름에 태어났다.
어릴 땐 딱히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피부가 타는 게 싫었고, 땀에 엉망이 된 얼굴을 신경 쓰는 것도 싫었다.
가족들이랑 가는 며칠간의 피서가 아니라면
언제나 시원한 실내에서 바라만 보다 지나가버리는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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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방콕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같은 회사에서 인턴을 끝내고 처음 해외로 간 여행이었다.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축축한 공기가 콧속을 꽉 채웠다.
낯선 언어에 정신은 없고, 에어컨이 아니라 실외기에서 나오는 것 같은 바람에 숨이 텁텁했다.
택시를 타고 실내만을 찾아다녔지만 잠시 내린 그 순간에도 땀이 흘렀다.
나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애인은 더했다. 더우면 말수가 없어지고 멍해지는 습관이 있는데,
역시나 구글 지도와 주변 건물만 애써 볼 뿐 땀만 계속 닦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 땀을 쫄쫄 흘리면서도 내 손을 꼭 잡고 다녔다.
땀이 난 손이 미끄러워 약속을 하듯 손가락을 걸고 다니기도 했지만,
앞장서 걸을 때면 한쪽 손을 꼭 뒤로 내밀어 냉큼 잡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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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따끈한 마음이 한여름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더운 건 더운 거고, 일단 손은 잡아야지. 하는 단순한 마음이 좋았다.
재지 않고 솔직하게 내리쬐는 햇볕 같은 마음 앞에선 애쓸 필요가 없고 감출 것도 없다.
그저 온몸에 들어가 있던 힘을 축 빼고 맘 편하게 손을 잡기만 하면 된다.
땀이 나서 화장이 망가지면 어떻고 햇빛에 피부가 얼룩덜룩 타면 어때.
그때부터 여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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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우리는 계속 여름을 찾아다녔다.
호치민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하노이를 가고, 다시 한번 방콕을 다녀왔다.
코로나 19 때문에 기약이 없어졌지만 신혼여행 일정에도 방콕을 길게 넣고 싶었다.
그곳에 우리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 레스토랑 이름은 이 계절을 낭만적이게 만드는 마법 주문 같다.
앞으로 계속해서 다가올 여름에, 우리의 손도 더위를 참고 꼭 붙어있기를.
‘The never ending sum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