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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거울 May 19. 2023

냐니뇨와 점심시간

3화

환자가 꾸준히 끊이지 않고 왔고, 덕분에 나는 냐니뇨에 대해서는 잊고 진료에 집중할수 있었다. 

진료실 밖에서도 조용한걸 보니, 역시 환자들 눈에도 냐니뇨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그렇다면 결국 나만 '냐니뇨'로 보인다는 뜻인데....

내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나? 머리는 바빴지만 손은 습관대로 처방전을 내리고, 환자의 눈을 열심히 들여다 본다. 


" 알러지니깐 약 처방 받은것 3일 정도 넣고, 금요일에 오세요."

"네~"


전자챠트를 보니 이 환자가 오전 마지막 환자이다. 

요즘 같은 계절엔 꽃가루가 날려서 알러지로 환자들이 많이 온다.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에게 감사해야하나? 아니면 환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니깐 미워해야하나? 


드르륵

김선생이다.

"원장님, 식사 어떻게 하실까요? 오늘 냐니뇨씨 첫 출근 날인데 맛있는거 먹어요."

"그럴까요? "

"냐니뇨씨가 쌈밥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희 지난번 보리밥 쌈밥집 가요~원장님."

"그럽시다."


보통은 점심시간에 밖으로 안나가고, 음식을 시켜서 먹거나, 같은 상가 건물에 있는 음식점을 간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신입직원이 오면 환영의 의미로 좀 거리가 있어도 새로 들어온 직원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 한동안 신입직원이 없어서 오랫만에 외출이다. 그런데 '쌈밥'이라 의외네..

가운을 벗는데, 성격급한 김선생이 밖에서 이야기한다. 


"원장님 저희 먼저 가서 시켜 놓을 께요~"

"그래요~먼저 가세요"

"네~" 

"냐니"

뽀잉 뽀잉 뽀잉 뽀잉 


잘됐다. 냐니뇨와 같이 걸으면 분명 사람들이 처다보거나 내가 너무 신경이 쓰일것 같았는데. 먼저 가준다니 고맙다. 그렇게 천천히 신발까지 갈아신고, 나왔다. 


저기 앞에 김선생과 냐니뇨가 걸어간다. 

"냐니냐니~" 뽀잉 

"냐니" 뽀잉 뽀잉


뽀잉 뽀잉 하고 다니니 속도가 안날 수밖에 거기다 끝없이 김선생에게 '냐니냐니' 하는데 , 김선생은 신기하게도 그말을 알아 듣는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다지 냐니뇨를 쳐다보지 않는다. 못 본건지, 아니면 탈을 썼다고 생각하나. 일단 내 눈엔 분명히 저 괴생명체 냐니뇨가 보이는데. 


"여기요, 원장님"

"네~~"

"저희 일단 쌈밥 정식 3인분 시켰어요."

"네~ 잘하셨어요."


착착 보리밥과 쌈야채와 제육볶음 그리고 된장찌개와 밑반찬이 상에 올라왔다.

나는 이 음식점의 정갈한 밑반찬이 좋다. 보리밥의 구수한 맛도 좋아한다.  

그래 밥먹을 때엔 신경쓰지 않고 밥만 먹자! 한번 쌈을 싸볼까?


어라!


순식간에 쌈야채를 냐니뇨가 한입에 다 먹었다. 


우걱우걱 

볼이 터져라 야채들을 씹어 먹고 있다. 


"와~ 냐니뇨씨 쌈 엄청 좋아하네요~여기 야채는 처음에만 가져다 주고, 리필은 셀프예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냐니뇨는 뽀오잉 하면서 셀프바에서 야채를 특히 쌈배추를 한가득 가지고 왔다.

그렇다 총 5번, 이건 거의 리필한 쌈배추로 김치를 담아도 김치 5통은 나올 수준이다.


확실히 사람이 아니다. 명백한 증거다, 아무리 사람이라고 우겨도  사람은 이럴수는 없다. 

저 괴생명체는 쌈배추를 먹으면서 지구를 넘보는 외계인이 거나, 아니면 야채 먹는 기계~

"꺽~~~"

아~하~

배추만 먹은게 아니네~겨자잎, 치커리, 적근대, 배추까지 골고루 먹었구나. 

트림 냄새만 맡아도 알겠어. 


"어머~원장님.  냐니뇨씨 트름하신거예요."

"냐니~이"

"원장님, 호호호호 냐니뇨씨가 실수 했네요."

"냐니 냐니 냐니"

포동포동하고 해맑은 얼굴로 나에게 트림공격을 한 냐니뇨는 한번더 리필을 하고 배추가 다 떨어지자 먹는 것을 멈추었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 잡고, 계산대 앞에 섰다. 

"어머~000안과 원장님이 셨구나."

"아~네~ 저번에 백내장 수술 받은 후로 괜찮으세요?"

"네~ 아주 좋아요. 원장님 덕분이죠. 원장님 오늘 쌈밥 3인분 드셨네요.  

아이쿠 그런데 저 좀 죄송한 말씀드릴께요."

"네? "

"아니 같이 오신 분이, 저희 오늘 팔 배추를 다 먹어버렸어요. 저희가 원래 리필 야채는 가격을 안받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많아서요. "

많이 먹을때 알아봤어. 배추를 적당히 먹어야지. 코끼리도 아니고. 

"아~~ 제가 배추값까지 낼께요."

"아우 미안해서 어째~~"


배추값까지 도합 13만원의 점심식사였다. 배추가격은 도매가격으로 받으신다고 했다. 

화가 난다. 하지만 화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쩨쩨한 사람이 아니다. 



냐~냐~니뇨

냐니뇨, 이 배추킬러!!!















매거진의 이전글 냐니뇨가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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