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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May 10. 2021

정인이가 사라지지 않는 세상

‘입양의 날’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이유

내일(5월 11일)은 ‘입양의 날’입니다. 입양문화를 정착하고,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입양 장려를 목적으로 만든 날이라고 합니다.      


입양의 날은 2005년 3월 31일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입양특례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생겼습니다. 16년이 흘렀지만,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정인이 사건’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10월 양부모에게 장기간 심한 학대를 받은 생후 16개월 여자아이가 죽음에 이른 사건인데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양부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인이 사건 이후 국회는 앞다퉈 법안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량의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한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정인이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보건복지부 등에 "입양의 전 절차에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정부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전문성과 이행력을 높인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피어 보지도 못한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정인이가 죽은 지 6개월 만입니다. 두 살 아이는 신체 곳곳에 멍 자국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양부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인데요. 자꾸 칭얼거려서 손으로 몇 대 때렸다고 합니다.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때리고, 칭얼거린다고 때리고 죽일 거라면 입양은 왜 했을까요?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비극의 고리는 언제쯤 끊어낼 수 있을까요?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법을 만들면 뭐 하나요. 유사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 법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건 사후 대책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적 기관의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거나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회는 지난 2'양천 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는데요. 정인이법 후속 조치였던 셈입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중대 학대사망사건 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국가기관 등이 개선사항을 정책과 제도에 반영·이행 등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상임위 심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늘 그랬듯이 정치인은 말만 앞서는 족속인가 봅니다.


물론 이 세상에는 사랑으로 입양아를 기르는 양부모가 더 많습니다. 지난 2019년 아동권리보장원의 피해 아동 가족 유형을 살펴보면 입양가정은 0.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내가 그만큼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왜 이곳에 있는가. 왜 살고 있는가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생의 계획 같은 것도 없던 나를 이곳까지 오도록 만든 손 잡아 준, 그래서 왜 내가 존재해야 하는가를 순간순간 일깨워준, 너무나 많은 것을 베풀어준 신에게 감사합니다. -김혜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중.     

피어 보지도 못한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입양 가족 모두가 행복한 ‘입양의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늘은 법정기념일인 ‘유권자의 날’이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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