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강은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갑니다. KTX를 타고 출퇴근 때마다 바라보는 한강은 같으면서 다릅니다. 고요하면서도 요동치고, 분란하면서도 조용합니다. 목가적이면서도 도회적이고, 아늑한 동시에 섬뜩합니다.
서울에는 그 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다리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성적 때문에 떨어지고, 연인과 이별에 상처 받아 떨어지고, 병든 노인이 떨어지고, 빚갚을 자신이 없는 신용불량자들이 낙엽 떨어지듯 떨어집니다. 삶이 고달픈 남녀노소가 툭하면 떨어지고 퉁퉁 불어 떠오르거나 구조대원이 끄집어냅니다.
강 아래에서 떨어진 사람을 건져내는 사람들도 일입니다.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길래 저승사자처럼 죽은 자들을 건져내 보호자에게 인양하는 숙명을 짊어진걸까요?
며칠 전 한강에서 익사한 청년의 이야기가 천지간에 떠들썩합니다. 단순 실족사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문이 많은 사건입니다. 사건의 전모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일이지만, 아들을 잃은 부모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요.
가슴이 발기발기 찢어지고,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겁니다. 다 키운 자식, 앞길 창창한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었으니 얼마나 원통하고 애달플까요.
차가운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렸을 자식을 떠올리느니, 차라리 내가 대신 빠져 죽는 게 낫겠다는 심정일 겁니다. 그러니 한강엔 가지 마세요. 술판도 벌이지 마세요. 그냥 먼 발치서 보기만 하세요. 그래야 아름다운 곳입니다.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갑니다. 잔뜩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가다 비명에 간 세월호 아이들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7년이 지났어도 그날의 참사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나라에서 산다는 게 허무하고 착잡하고 원망스럽습니다.
5천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국민 중에 한 명의 마음이 이럴진대, 그 차가운 바닷속에서 애지중지 키운 자녀를 잃은 부모들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진상규명도 제대로 못하고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정부는 또 어떻습니까.
어제 다시 만나서 다짐을 하고
우리 둘은 맹세를 하였습니다
이 밤이 새면은 첫차를 타고
행복어린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 -혜은이 <제3한강교> 중
내일은 100년에서 1년 빠진 99주년 어린이날입니다. 저희 집도 어린이가 둘이나 있는데요. 무슨 선물을 살까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보드게임과 신발로 퉁치고 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어른은 어른답고, 어린이는 마냥 어린이다운 세상이 되기 바랍니다. 그런 것도 모르는 한강은 오늘도 유유히 흘러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