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

나무보다 숲을 보는 게 어디 쉽나요?

by 류재민

두 달 전 시작한 브런치 글이 1만 조회수를 향해 갑니다. 평균 조회수가 100 이하였을 땐, 그러려니 했습니다. 처음이니까, 이 동네에선 어떤 글이 잘 먹히는 줄 몰랐거든요. 뭐,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가 서쪽에서 떴습니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왜 한복을 입었냐고요?>가 다음 메인에 걸린 거 있죠?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우리 아이 머리는 좋다는 착각>은 브런치 인기 글에 올랐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일이 저한테도 벌어질 줄이야. 조회수가 폭발했습니다. 마치 지난 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43만 년에 폭발한 탈(Taal) 화산처럼.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했습니다. 이러다 거품처럼 금방 꺼지는 거 아니야? 불길한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습니다. 요즘 조회수는 다시 두 달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처럼, 한숨의 미풍처럼 훨훨 날아갔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의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중에서

조회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다짐하고, 일백 번 고쳐 다짐했는데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더라고요. 저는 오늘도 님 떠난 단풍나무숲 대신 나뭇가지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속물입니다.


해가 서쪽에서 뜨던 날, 제 글이 다음 메인과 브런치 인기글에 떴습니다.

제 직업은 인터넷신문 기자입니다. 매일 기사를 씁니다. 독자들 눈에는 안 보이는데요. 저는 제 기사 조회수를 볼 수 있습니다. ‘관심법’이 있는 건 아니고요. 인터넷신문 시스템이 대개 그렇습니다. 조회수가 많은 제 기사를 보면 노력의 대가처럼 느껴져서 뿌듯합니다.


그런데 어떤 언론사는 조회수를 늘리려 익명으로 연예 기사를 퍼 나르고, 이상야릇한 제목으로 독자에게 접근합니다. 독자가 물고기도 아닌데, 미끼를 던지고 낚시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순수 독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조회수에 목매는 언론이 많습니다. 결국은 ‘광고’와 맞닿아 있기 때문인데요. '독자=돈'으로 보고, 조회수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언론의 현실이 슬플 따름입니다.


요즘은 지역 이름이 들어간 코로나 확진자 기사를 쓰면 조회수가 폭증합니다. 물론 그런 기사도 필요합니다. 코로나로 공포와 불안에 떠는 독자들에게 그보다 중요한 정보 제공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조회수가 많다고 기사로서 가치가 있고, 적다고 쓸모없는 기사라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조회수나 올리려고 얄팍한 수작을 부리거나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들’이 온라인 여기저기서 활개 치고 있으니까요.


브런치 글이든, 기사든 ‘양보다 질’입니다. 조회수라는 덫에 걸려 꼼짝 못 하는 작가와 기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오늘 쓴 글이 조회수 100을 못 넘어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으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요. 그러다 보면 또 좋은 날 오겠지요.


브런치에는 제 글을 사랑해주는 24명의 구독자가 있고, 디트뉴스24에는 제 기사를 아껴주는 애독자가 있으니까요. 내일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오늘 노래는 ‘클립 리처드’가 부릅니다. <Early in the morning>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2xVdmSCuz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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