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소통하는 내면

by 류재민

새벽이었다. 다행히 늦잠은 아니었다. 정신을 차리고 거실로 나와 요가 매트 위에 앉았다. 새벽 명상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였다. 핸드폰 유튜브를 열어 명상 관련 영상을 열었다. 자세를 바로잡은 뒤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가부좌를 튼 유튜버가 명랑한 목소리로 이십 분짜리 강의를 시작했다.

명상을 시작한 계기는 ‘마음 다짐 상담소’ K 대표의 권유 때문이다. 그녀 역시 심한 우울증을 겪었을 당시 명상센터를 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회원들 모두에게 명상센터에 나가보라고 권했다. 그 얘기를 듣고 어느 센터가 좋은지 알아봤지만, 딱히 끌리는 곳이 없었다. 대부분 유명한 명상센터는 서울에 있었고, 내가 사는 지역에는 이름난 센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보다 내가 명상 장소를 센터보다 집으로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전적으로 명상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다.


건설회사 영업사원 시절 ‘형님 같은 부장’과 겪은 기억이 뇌리에 남아서였다. 그는 공사 계약을 따내기 위해 당시 개발공사 간부가 다니는 한 종교시설에 나갔다. 그곳에서는 명상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한 번은 부장이 나와 같이 가자고 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방을 쓰는 사이고, 직속상관 제안을 쉽게 떨쳐내긴 어려웠다.

강남의 한 건물을 찾아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관계자가 우리를 안내했다. 작은 방에 들어가 앉았다. 한복을 입은 관계자는 책을 펴놓고 우리에게 해당 종교의 전반적인 교리를 설명했다. 십 분이 지나고, 이십 분이 지나면서 점점 그녀의 언변에 빠져들었다. 그 종교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조상을 잘 모시지 않으면 큰 벌을 받을 것처럼 정신을 쏙 빼놨다.


부장은 이미 홀딱 넘어간 듯 보였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잦아지긴 했지만, 조상의 은덕을 받으려면 제사를 지내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한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조상한테 제사를 지내고 싶은 마음도, 돈도 없었다. 후일 들은 얘기로는 부장은 그날 거액을 들여 조상 제사를 지냈다고 했다. 그건 단지 계약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아닌, 본인 스스로 안 풀리는 개인사가 조상에게 잘못 보였다는 자책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날 개발공사 간부는 오지 않았고, 계약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때 경험이 남아 있어 그런지, 아니면 어릴 적부터 어머니 손을 잡고 동네 절을 다녀서인지 몰라도 종교와 관련한 시설이나 기관을 방문하는 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명상 역시 종교적인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K 대표가 소개해 준 센터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명상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자구책으로 생각한 게 바로 유튜브였다.

퇴근 이후보다 출근 전 새벽이 명상에 적절한 시간대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주일째 일어나 실천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사나흘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일부러 짧은 영상을 택했고, 영상 속 강사도 친절히 설명했지만, 몸이 영 반응하지 못했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익숙하지 않은 자세를 하려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되든 안 되든 그래도 했다. 잠을 줄이고 수고롭게 일어나 앉았는데, 시간을 그냥 허비할 순 없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그러고 보니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이든 종교에서 말하는 공동의 중요한 교리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만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이래저래 가누기 힘든 몸을 애써 세워 이십 분이라도 해보자는 노력은 일주일을 넘어섰다. 차츰 시간을 늘려가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야 명상이 우울증에 좋다고 소개한 K 대표의 말이 먹히고, 직접 경험해 본 명상의 효과를 다른 회원들에게 전도하고 설파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고 힘든 새벽 기상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언젠가 명상과 소통하는 나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오늘 새벽에도 졸린 눈을 부빈다.


명상을 꾸준히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 평온함 속에서 지극한 행복감이 올라온다. 때로는 오래전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의 기억이나 따뜻하고 환한 햇살 아래서 환하게 웃던 어린 시절의 느낌이 문득 되살아난다. 나도 완전히 잊고 지냈던, 완전히 사라져버린 줄 알았으나 내 삶의 기억 속에 숨어 있던 행복감과 즐거움이 되살아난다. 놀라운 경험이다. *


*김주환 『내면소통』 (인플루엔셜, 2023) 6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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