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먹장구름

6_2. 청자의 전설

by 류재민

강진의 부친은 대대로 내려오던 가마터를 닫았다. 도자기가 인기를 끌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대신 가마터 자리에 공장을 짓고 벽돌을 찍어냈다. 가마터에서 부리던 일꾼들은 도자기를 굽는 대신 벽돌을 구웠다. 신생 공장이었지만, 공장장 성품이 워낙 유순해 거래처가 하나둘 늘었다. 장사 수완은 없었지만, 일을 맡기면 정해진 납품 일자를 어기는 법이 없었다. 자고로 사업이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업이다. 신뢰를 잃으면 제아무리 용을 써도 성공할 수 없다는 건, 강진의 부친도 잘 알고 있었다.

다음 날 강진이 공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아버지는 종이 커피를 들고 사무실을 서성였다. 그리고는 아들을 데리고 휴게실로 들어갔다. 찬바람이 나기 시작했지만,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강진은 전날 맞은 회초리에 다리가 불편한지 다리를 살짝 절룩였다.

“다리는 괜찮냐?”

“…….” 아들은 아직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미웠다.

“강진아!”

“네. 아버지.”

“어제 네가 본 그 그림들 말이다. 그건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 위 조상님 때부터 내려온 우리 집안 가보 같은 물건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보 같은 물건. 한낱 그림 따위가 무슨 가보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어린 철진은 아버지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청자는 고려시대에 유명해졌지만, 그렇게 되기까진 그 전부터 도자 기술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내가 듣기로는 백제시대 때부터 우리 집안은 도자기 굽는 일을 가업으로 삼았다. 특히 ‘마천왕’이라는 분은 청자의 원류 같은 분이셨지. 그분과 그분의 자식들 덕분에 우리 집안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단다.”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진은 아무리 들어도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다만 그의 집안이 고려청자 탄생을 견인했다는 얘기에 일말의 자긍심 같은 걸 느꼈다.

“그렇게 대단한 집안이 왜 지금은 요 모양 요 꼴이래요? 아버지는 가업 같은 가마터를 없애고 벽돌이나 찍으며 살고요?” 강진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는데, 그 말은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보다 더 위의 시절과 전설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제부터 그 ‘전설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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