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먹장구름

6_1. 청자의 전설

by 류재민


마 교수와 유민은 술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 식당 주인이 들어갔던 곳간채에 가볼 참이었다. 주인 눈에 띄지 않게 조심조심,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두 사람은 곳간채로 이동했다. 유민이 앞장섰다. 밤이 어두웠기에 핸드폰 조명을 켰고, 뒤따르던 마 교수는 주변을 살폈다. 이윽고 곳간채 앞에 도달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밀자 축축한 습기가 밀려 나왔다. 유령이라도 나올 듯 음침했다. 유민은 핸드폰 조명을 더 밝게 설정했다. 마 교수의 핸드폰도 합세하니 가물거리던 곳간채 내부가 그럭저럭 시야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왼쪽에는 망치와 호미, 삽, 쇠스랑 따위의 연장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그 옆에는 항아리처럼 보이는 단지 서너 개가 차례로 있었고, 쓰다남은 벽돌이 한쪽이 쌓여 있었다. 중앙에는 등받이가 없는 긴 나무 의자 위에 도자기로 만든 컵과 그릇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오래된 물레가 있었다. 과거에 공방이었던 듯싶었다.


마 교수는 곳간채 내부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그러다 어느 한 지점에서 멈췄다. 허리 높이의 참나무 통나무 위에 올려진 정화수였다. 그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유민 역시 마 교수와 같은 지점에서 시선이 멈췄다. 정화수 앞 벽면에 걸린 그림 두 장이었다. 두 사람은 그림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핸드폰 조명을 비췄다. 청자였다. 하나는 다섯 마리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그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오룡 청자 정병과 연화 무늬 매병이라…….” 그림을 들여다보던 마 교수 눈썹이 쑥 올라갔다. 유민은 마 교수가 도자기, 특히 고려청자에 조예가 깊은 줄 알고 있었다. 대학 시절 그의 연구실에 가 보면 한 귀퉁이에 청자와 백자 모형이 가득했고, 책꽂이에는 관련 서적이 빼곡했기 때문이다. 마 교수는 그림 두 장 가운데 오룡 청자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마 교수는 얼른 핸드폰으로 그림을 찍었다. 유민은 마 교수에게 두 그림을 아느냐고 물었다. 마 교수는 어렴풋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버지의 방 서랍에서 봤던 그림 뭉치. 마 교수는 그때 봤던 그림 가운데 이것들을 본 기억이 있다. 이제부터 마 교수 어린 시절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루는 어린 강진이 그림 뭉치를 꺼내다가 부친에게 이것들이 다 무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불같이 화부터 냈다. “애비 서랍을 함부로 뒤지다니!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 강진은 그 자리에서 회초리를 맞았다. 다리에서 철철 피가 흘렀다. 아이 울음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의 어머니는 애를 잡을 셈이냐며 남편 손에 든 회초리를 잡아챘다. 그러곤 우는 아이를 업고 옆 방으로 데려갔다.

어머니는 다리에 약을 발랐는데, 쓰린 상처에 연고가 닿자 강진은 고통스럽다는 듯 신음했다. 어머니는 연고를 살살 문질렀고, 문지른 다음에는 호호 불었다. 강진은 울다 지쳐 잠들었다. 아들이 잠든 걸 확인한 어머니는 안방으로 돌아왔다. 강진이 깰지 몰라 남편을 향해 나지막이 다그쳤다.

“애가 뭘 알고 그랬겠어요? 애비가 돼서 사려 깊지 못하고 매를 들다뇨. 자다가 경기하지 않을까 모르겠네.”

강진의 부친은 대꾸하지 않았다. 아내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행동이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방문을 열고 나갔다. 벽돌공장에서 하얀 연기가 쉼 없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바람에 찬기가 들었고, 저만치 겨울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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