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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Dec 24. 2023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흥신소

첫 번째 의뢰인

드르륵.

흥신소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흥신소 소장 정다운. 그는 오늘따라 제시간보다 일찍 출근했다. 실내에는 찬 공기가 잔뜩 서려 있어 숨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다운은 코트를 그대로 입은 채 탕비실로 향했다. 찬장을 열어 원두가 든 병을 꺼냈다. 커피머신 통에 물을 붓고, 거름망에 잘 갈린 원두를 넣었다. 버튼을 누르자 물이 끓는 소리가 나면서 진한 커피가 유리 포트로 졸졸졸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다운은 책상 위에 쌓인 서류철을 훑어 내렸다. 사건의뢰가 몰리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다운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불륜 현장을 파헤쳐달라거나 떼인 돈을 받아달라는 따위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여느 흥신소라면 당연한 일이었으나, 정다운 흥신소와는 거리가 먼 의뢰였다. 그의 흥신소에서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일을 했다. 그걸 모른 채 ‘흥신소’라고 적힌 간판만 보고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다운은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곤 커피가 다 내린 유리 포트를 들어 전용 머그잔에 따랐다. 뜨거운 김이 찻잔을 타고 부옇게 피어올랐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커피 향을 음미했다. 진한 커피 향이 온몸에 스며들어 정신을 깨우는 듯했다. 그러다 살며시 눈을 떴다. 입술을 잔에 가져다 대고 살짝 한 모금 마셨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커피 맛이 추위에 언 몸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했다. 다운은 커피잔을 들고 창가로 가 블라인드를 올렸다.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고, 거리에는 우산을 쓴 행인들의 종종걸음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위 차들은 거북이처럼 설설 기며 움직였다. 밤새 제설작업에도 불구하고 곳곳이 빙판이었다.          

“아, 하늘에 구멍이 났나. 무슨 눈이 이렇게 많이 쏟아진담.”     

진달래 주임이 옷에 묻은 눈을 털장갑으로 툭툭 털며 들어왔다. 그녀는 창가에 서 있는 다운을 보고 흠칫 놀랐다. 흥신소의 문은 항상 그녀가 열었기 때문이다.

“어머, 소장님.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어쩐 일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가만,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나?”      

달래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물었고, 다운은 창밖을 가리키며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보세요, 눈 오잖아요. 함박눈.”

달래는 다운이 가리키는 대로 창밖을 바라봤지만, 그의 말이 무슨 소린지 통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눈이 오면 강아지들이 제일 신난다는데, 소장님 전생에 혹시?”      

달래의 기습 공격에 다운은 킥킥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커피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진 주임한테 한 방 먹었네요. 음, 뭐 전생에 강아지였나 뭐였나 모르겠고요. 눈이 오면 왠지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네요. 눈도 일찍 떠지고.”     

달래는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롱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다운은 유리 포트에 남은 커피를 잔에 따라 달래에게 건넸다.      

와. 제가 소장님한테 모닝커피를 다 받아보네요.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호호.”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죠. 오늘은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두 사람이 커피를 홀짝이고 있을 즈음, 눈사람 모양의 한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흥신소 사무장인 유쾌한 이었다.

“아휴, 출근하다 얼어 죽는 줄 알았네.”

덩치가 산 만 한 쾌한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뺨과 두 손은 찬바람에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꽁꽁 언 몰골을 본 다운과 달래는 그만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사무장님. 무슨 일이세요? 설마 저 눈을 다 맞고 온 거예요? 대체 무슨 깡으로?”

“아, 그게. 어떤 할머니가 우산도 없이 눈을 맞고 가시길래….”

사연을 전해 들은 다운과 달래는 동시에 ‘헐!’하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쾌한은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녹은 눈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달래는 얼른 수건을 가져다 쾌한의 옷과 얼굴에 묻은 눈을 털었다. 다운은 정수기에서 온수를 담아 쾌한에게 건넸다.     

“사무장님은 커피 안 드시니까 이거라도 마셔요.”

“고맙습니다, 역시 우리 소장님이랑 달래 씨밖에 없다니까능.”

쾌한은 금방 살만해졌는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암튼, 사무장님은 못 말린다니까.”

쾌한을 걱정했던 달래도 그제야 환히 웃었다.

다운도 그제야 함께 웃으며 잔에 남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자, 유쾌한 사무장님, 진달래 주임님. 아침 회의 시작합시다.”

“네.”

“네.”    

 

 *     


셋은 각자 책상 위에 놓인 서류와 펜을 들고 사무실 가운데 놓인 소파에 둘러앉았다. 다운이 가운데 앉고, 쾌한과 달래는 한쪽에 나란히 앉았다.

“지난 일주일 우편과 이메일로 접수된 의뢰는 총 4건입니다. 이 중 1건을 뺀 나머지는 모두 저희 흥신소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네요. 집 나간 아내를 찾아달라거나 키우던 고양이나 강아지가 없어졌다는.”

다운의 설명에 쾌한과 달래는 흔한 일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 표정을 지었다.

“흥신소라는 이름만 보고 허구한 날 이런 일만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달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쾌한도 고개를 끄덕이며 달래의 말에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녜요. 하지만 아직 사업자등록증에 잉크도 안 말랐어요. 조금 더 기다려봅시다.”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죠.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든, 흥신소 간판을 바꾸든!”

다운의 말에 달래는 물러서지 않고 우려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쾌한도 옳소, 하며 거들었다.

두 직원의 강한 요구에 다운은 적잖이 놀랐다. 흥신소가 문을 연 지 겨우 한 달 지났을 뿐인데, 너무 재촉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일단, 두 분 말씀 무슨 얘기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조금만 시간을 좀 주세요.”

다운의 호소에 달래와 쾌한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순 없었다.

“그럼 나머지 1건은 어떤 거죠?”

달래는 다운에게 물었고, 다운은 회의 전 출력한 의뢰서를 두 사람에게 각각 나눠줬다.

“어젯밤에 제 개인 이메일로 들어온 의뢰입니다. 흥신소 대표 메일 대신 개인 메일로 와서 스팸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그렇지 않아 보여요.”     

다운이 출력한 메일 의뢰서 제목은 ‘제발, 제 동생을 도와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본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저는 대학생 장미래라고 합니다. 엄마와 중2 여동생과 행복동 무지개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 동생이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동생이 너무 딱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힘듭니다. 며칠 전 흥신소 앞을 지나다 정다운 소장님 명함을 주웠습니다. 명함에 잃어버린 꿈을 찾아 드립니다문구를 보고 연락드립니다. 화가를 꿈꾸는 제 동생이 꿈을 잃지 않게 제발 도와주세요. 괜찮으시면, 월요일 잠깐 흥신소를 들러도 될까요? -장미래 올림.


“오늘 어쩐 일로 일찍 출근하셨나 했더니, 혹시 이거 때문인가요?”

달래가 사건 의뢰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다운의 안색을 살폈다. 다운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쾌한이 다음 말을 이어 가려는 찰나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밖에 누가 와 있었다. 쾌한이 본능적으로 일어나 출입문으로 다가갔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문밖의 손님은 안에서 문을 연 쾌한의 거구를 마주치자 깜짝 놀라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누구..실까?”

자신의 체구를 보고 겁에 질린 눈빛인 여성에게 쾌한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장미래라고 하는데요.”

미래의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렸다.

“아, 미래 양. 그렇지 않아도 소장님께 얘기 들었어요. 추운데 어서 들어와요.”

미래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가방끈을 질끈 붙잡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소파에 앉아 있던 다운과 달래도 일어나 반갑게 미래를 맞았다.

“어서 와요. 정다운 흥신소에 온 걸 환영합니다.”

다운의 환영사에 미래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달래는 미래에게 이쪽으로 와서 앉으라고 손짓했고, 미래는 살짝 긴장이 풀렸는지 좀 전보다는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달래 씨, 따끈한 코코아 한잔 부탁해요.”

미래는 두 사람이 앉았던 맞은편 소파로 갔다. 메고 있던 가방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긴장해서인지 양 볼이 발그레 홍조를 띠었다. 다운의 손목시계는 오전 7시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날씨 무지 춥죠?”

“네. 눈이 많이 오더라고요.”

“그래요. 크리스마스가 며칠 안 남았으니까.”

미래는 다운의 크리스마스 얘기에 ‘아, 그렇고 보니’라고 맞장구쳤다.

“어젯밤에 보낸 메일 잘 받았어요. 언니가 동생 걱정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아녜요. 저는 동생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달래가 미래 앞에 파란 머그잔에 담긴 코코아를 내려놓으며 불쑥 끼어들었다.

“그렇지 않아요.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도 보내고, 이 날씨에 아침 일찍 우리를 찾아온 자체가 대단하고 용기 있는걸요. 그건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옆에 있던 쾌한이 추임새를 넣었다.

“동생 이야기는 메일로 대강 봤지만,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다운은 연신 시계를 쳐다보며 미래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요. 오늘은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라 시간 여유 있어요.”

그래요? 다행이. 난 미래 씨가 수업에 늦을까 봐 내심 걱정했어요.”

모두가 소파에 자리한 다음 미래는 동생 현재의 이야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녀는 우선 가족 소개부터 했다.     

“10년 전에 부모님이 이혼했어요. 건설회사 다니던 아빠는 지방 출장이 잦았고, 급기야 외도까지 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구 보증을 잘못 섰다 담보로 잡혔던 집이 넘어갔어요. 부모님이 이혼한 결정적인 이유였죠. 이혼 뒤 아빠는 회사에서 숙식하며 지냈고, 저와 동생은 엄마와 무지개아파트로 들어왔어요.”     

흥신소에서 불과 10분 거리인 무지개아파트는 원도심의 대표적인 임대아파트였다. 지은 지 수십 년이 넘은 아파트는 페인트가 벗겨져 누더기처럼 보였다. 외벽은 여기저기 금이 쩍쩍 가 있는 상태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미래는 거기서 엄마와 동생과 10년을 살았다. 엄마는 식당 주방일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두 딸 학비를 댔다.

하지만 지병인 당뇨가 심해져 일을 쉬는 날이 잦았다. 미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방과 후 학교 근처 햄버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아픈 엄마가 지고 있는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엄마한테는 학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했다. 학원 청소도 하고, 자질구레한 심부름으로 원비를 대신한다고 둘러댔다. 엄마는 공부 잘하는 큰딸을 대견하게 여겼다. 실상은 꿈에도 모른 채. 미래는 올해 기숙사가 딸린 지방의 한 국립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 


동생 현재의 악몽이 시작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조용히 공부만 했던 미래와 달리, 현재는 남들 앞에 나서기 좋아했던 명랑 소녀였다. 한부모 가정이라는 생활환경은 현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결손가정 아이라고 여길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인기 있었던 현재는 학기 초 학급 회장이 됐다.      

“그 당시엔 학급 회장이나 부회장이 되면 부모님들이 반에 간식거리를 돌렸어요. 하지만 식당에서 받는 월급 60만원에 두 딸을 길러야 하는 엄마에게 그건 부담이고, 사치라고 여겼을 거예요. 저희 세 식구는 외식은커녕, 흔한 생일 파티 한 번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어쩌다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서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면, 손님과 식당 주인이 다 돌아간 다음 셔터를 내리고 남은 음식을 먹곤 했어요.”     

미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운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건 쾌한과 달래도 마찬가지였다.

“참, 힘들었겠다.”

달래가 무겁게 입을 뗐다.

“그런 건 힘들지 않았어요. 정말 힘들었던 건, 현재 성격이 갈수록 의기소침해진 거예요. 반 친구들은 간식을 돌리지 않은 현재에게서 멀어졌고, 현재를 질투하는 아이들도 하나둘씩 생겼어요. 동생은 다음 학기에도 학급 회장 선거에 나갔지만, 아무도 뽑아주지 않았어요. 정말 한 표도 안 나왔대요. 얼굴이 빨개져 자리로 돌아오는데 아이들이 비웃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뒤로 현재는 반에서 왕따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사연을 접한 흥신소 직원들은 우물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모를 만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도 그때는 현재를 괴롭히거나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한 아이들은 없었다고 했다. 4학년과 5학년까진.      


6학년이 되었을 때, 같은 반 남자아이들이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했대요. 엄마 아빠가 이혼한 사실이 알려졌고, 볼품없는 임대아파트에서 살아서 학급 회장 때도 간식을 못 돌렸고, 가난한 엄마는 식당 일이나 하러 다닌다고. 동생이 한번은 그 아이들에게 ‘너희 때문에 죽어버리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대요.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그럼 죽어봐’라고 자극했는데, 동생은 정말로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마침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이 그것만 보고 동생을 크게 혼냈대요. 전후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동생한테 ‘너 미쳤어’하며 다짜고짜 뺨을 때렸대요. 그런 다음 아이들이 전부 보이는 복도로 내보내 무릎 꿇고 손 들고 있으라는 벌까지 주고….”     

여기까지 말하던 미래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닭똥 같은 눈물이 두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쾌한은 테이블 위에 놓인 갑 티슈를 몇 장 뽑아 미래 손에 쥐어 줬다. 화장지를 건네받은 미래는 눈물을 닦은 뒤 코를 킁 풀었다. 변두리에 학군이 좋지 않은 동네다 보니 중학교 배정은 거리순으로 정해졌다. 그래서 현재가 다닌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거의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다. 중학교에 가서도 현재의 따돌림은 이어졌고, 사사건건 꼬투리 잡아 괴롭히기 일쑤였다. 더러는 여러 명이 후미진 공사장 골목으로 끌고 뺨을 때리고, 발로 차 쓰러뜨렸다. 쓰러진 몸 위에 온갖 욕을 내뱉었다. 침도 뱉고, 씹던 껌도 뱉었다. 심지어 그 모습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찍어 단톡방에 올려 돌려보기도 했다. 현재는 그런 사실을 엄마나 언니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건강은 갈수록 안 좋아 약을 달고 살았어요. 저도 햄버거집 알바하랴, 고등학교 입시 준비하랴 밤늦게 집에 돌아오곤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동생한테 미안해요. 제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으면 일찍 알았을 텐데….”     

“그건 미래 양 잘못이 아니에요. 동생 잘못도 아니고. 그렇게 만든 녀석들과 그걸 막지 못한 학교가 책임질 문제지.”

다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은 이미 뻘겋게 충혈돼 있었다. 그의 음성은 분노를 애써 억누르는 듯 떨렸다.

“동생을 데리고 상담 치료도 몇 번 다녔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만뒀어요. 아직 중학생이고, 고등학교도 야 하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이러다 동생이 못된 생각이라도 한다면….”

미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꼈다. 그러면서 ‘제발 제 동생을 도와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했다. 그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다운은 결단을 내렸다.

“좋아. 이 사건 우리가 접수합다. 장미래 동생 장현재의 미래를 위해!”

“좋아요!”

“콜!”     

미래는 자신의 호소 들어준 흥신소 직원들이 무척 고마웠다. 하지만 수임료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또다시 눈빛이 흔들렸다. 눈썰미 좋은 달래가 미래의 손을 꼭 잡았다.

“미래 양, 돈 걱정은 하지 말아요. 우리 소장님, 그렇게 야박한 분 아니야. 그렇죠, 소장님?”

“응? 아, 뭐, 제가 그런 분은 아니지. 그치, 아니지. 그래요, 수임료는 걱정할 거 없어요. 사건이 끝난 뒤에 청구하겠지만, 그렇게 크게 걱정하지 말아요, 미래 양.”

그제야 미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미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 사람에게 돌아가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제 그만하고, 학교 가야지. 동생 걱정은 이쯤에서 우리한테 맡기고, 미래 양은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해요. 그게 동생과 엄마를 위하는 길이에요.”

달래가 서둘러 미래를 데리고 밖으로 끌고 나가다시피 했다. 목도리를 친친 둘러 감은 미래는 문을 나갈 때까지 고맙다며 고개를 꾸벅거렸다. 창밖에는 함박눈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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