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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Sep 14. 2024

2부. 인생 하프타임, 40을 쓰다

에세이 <40>을 쓰다

그를 만난 건 올해 2월 브런치에서다. 그는 브런치에 ‘강가 공모전’을 진행했다. ‘강가’는 그가 만든 출판사 이름. 참가자 전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자책을 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중 엄선한 4권을 종이책으로 내준다는 포상을 걸었다.


나는 그걸 덥석 물었다. 나만 문 건 아니다. 나처럼 책을 내고 싶어하는 브런치 작가들이 여러 명 공모했다. 하지만 이제 막 출판사를 등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풋내기 편집자에게 그 많은 작가들의 도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한 공모전이 정말 대책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처음 했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출품 작가와 편집자 모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어찌어찌 스무권의 전자책을 냈다. 그리고 종이책도 4권 내기로 했다. 동화책 , 사회과학 , 그림책 , 그리고 내가 쓴 에세이 .


에세이 <40> 표지 디자인 초안.

4권의 책 모두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았다. 그중 <40>은 맨 마지막 순서였다. 지난 8월 8일 시작해 어제(13일) 끝났다. 200만원을 목표했는데, 400만원 가까이 모였다. 80명이 넘는 후원자가 200권에 가까운 책을 주문했다.


모두 내 주변인과 지인들로서, 난 또 그들에게 빚을 졌다. 다만, 그 빚이 미안하지 않은 건, 고마운 마음을 스테인리스 머그컵에 담아 책과 함께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가 되면 구하기도 어려운 ‘굿즈’가 될 테니 말이다.


그보다 더 미안하지 않은건, 이번 원고는 이전의 책보다 더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리라. 에세이 특유의 성격처럼 술술 읽힌다. 재밌다. 무엇보다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와 나의 케미가 제대로 조화를 이룬 작품이라는 데 기대가 크다.


사실 <40> 원제는 <마흔의 쓸모>였다. 몇 년 전 써 놓은 원고를 여기저기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강가 공모전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던져본 것이다. 이후 변덕스러운 성격의 두 남자가 7개월 남짓 원고를 쪼개고, 붙이고, 자르고, 뜯어 발기고, 다시 붙이고를 수만번 반복했다. 글은 고칠수록 좋아지는 법. 원석이었던 원고가 보석으로 변했다, 고 감히 용기를 내 본다.


펀딩 후원자들에게 보낼 굿즈 머그컵.

에세이 <40>은 40대를 살아가는 중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나의 경험담을 토대로 썼다. 40대는 우울과 쓸쓸함, 고독이라는 단어를 달고 다닌다. 하지만 100세 인생, 나아가 120세 인생이라는 요즘 시대에 마흔은 아직 전반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뛰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이 브런치북 제목을 ‘내 인생의 하프타임’이라고 지은 이유도 <40>을 염두에 둔 것이다. 펀딩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최종 교정 교열을 마치고 다음 달 초 인쇄를 거쳐 중순께 서점에 유통할 예정이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먹먹함이 아닌, 희망으로 가닿는 책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좋다. 잘 될 것 같다. 나는 아직 앞길 창창한 마흔이다.  


2023년 5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32회 동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5,000m 결승.

폭우 속에서 빈 트랙을 혼자 돌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 선수는 바로 캄보디아 육상선수 '보우 삼낭'.

그녀는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놀랍게도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보우 삼낭은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캄보디아 국기를 들어 올렸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끝까지 뛰었습니다.

결국 목적지에도달한다는 것을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인생이조금 느리던 빠르던 말이죠."-보우 삼낭-

함께 끝까지 뛰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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