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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Sep 07. 2024

1부. 기자로, 작가로 사는 인생

5화. 내 생애 첫 북콘서트

지난 5월 31일, 천안의 한 작은 동네 책방. 초보 소설가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스무 명 남짓 참석해 내 생애 첫 북콘서트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돈을 벌자고 글을 쓰고, 책을 내고, 북콘서트를 연 건 아니다. 정성을 들여 썼으니까, 하찮은 글은 아니니까. 재밌게 읽어주는 독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17년을 몸담고 일한 신문사를 나와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책방을 운영하는 부부도 친절했고, 나를 보러 온 분들도 기자가 아닌, 작가로서 예의를 갖췄다. 동료 기자들도 내 출간과 북콘서트 개최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힘을 보탰다.


북콘서트 장소로 동네 책방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독서 인구가 현저히 줄고, 책도 대형 서점 위주로 유통되면서 동네 책방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천안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자, 내가 살고 있는 곳이며, 앞으로 살아갈 곳이라, 지역 동네 책방을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 참가비는 1만원씩 받았다. 나한테 들어오는 금전적 이득은 1원도 없었다. 다 동네 책방 수입으로 들어갔다.


청자가 사라졌다 북콘서트 장에 올려진 나의 책들.

추천사를 써 주신 이희성 단국대 교수께서 흔쾌히 대담자로 나서 주셨다. 같은 아파트 주민인 기타리스트 강지숙 여사께서도 친히 공연을 맡아 주셨다. 동네 책방을 살리는 일에 지역 작가와 지역 대학교수와 지역 예술인이 힘을 모은 셈이다.


기자로서 정치인들 출판기념회는 밥 먹듯 다녔지만, 정작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이야. 소설은 총 3부로 구성했는데, 이희성 교수와 각 부 주요 스토리를 주고받았다.


소설은 대통령실 구내식당에서 두 명의 기자가 밥을 먹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는 기자들 이름을 ‘한겨레’와 ‘조선일’로 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하다.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소설에서만큼은 (좌우 진영을 넘어) 합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내 생애 첫 북콘서트장을 찾아준 소중한 분들과 함께.

이 글을 쓸 때 나는 실제 대통령실을 출입했다. 당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이태원 참사 등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그 부분에서 모티브를 찾고자 했다.


소설은 또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 때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선물하기로 한 청자가 사라진 상황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어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정상회담을 했다. 무슨 선물을 줬을까..)  대통령실에 진짜 수장고가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는데 “제가 알기로는 없다”고 대답했다. 혹시 모르겠다. 혹시 내가 모르는 곳에 비밀의 공간이라도 있는 줄은.


도자기 문외한이던 내가 청자 공부를 한 사연, 백제 멸망을 다룬 부분에선 우리가 배운 역사의 재해석, 권력자가 민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말로가 어땠는지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북콘서트 중간중간 기타와 하모니카 선율에 맞춘 공연이 이어지며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북콘서트 전 진행한 작가 사인회.


나는 이 책에서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점철한 사회를 ‘통합’으로 극복하고, 한일 관계도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 오는 노력에도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더했다.


처음이라 부족한 게 많았던 북콘서트였다. 다음에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신나고, 더 밝고, 더 재밌게 행사를 치르고 싶다. 그렇기 위해선 부지런히 써야겠지. 그래서 이번에는 에세이를 쓰기로 맘먹었다. 한 달의 짧은 휴식을 마친 나는 6월부터 새로운 신문사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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