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청자가 사라졌다' 후일담
첫 장편 <청자가 사라졌다>가 나오기까지 나름 곡절이 있었다.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날부터 집필에 약 2년이 걸렸다. 소설 주무대는 전남 강진. 강진에 가 본적도 없으면서 난 무작정 ‘소오설’을 쓰고 만 것이다.
그렇게 책이 나와선 안 되겠다 싶었다. 암만 허구이고 가상의 이야기라도. 현장 취재도 하지 않은 채 남이 쓴 걸 몰래 베끼거나 가짜 뉴스를 쓴 것 같고, 독자에게 죄를 짓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퇴고만큼은 강진에서 하기로 결심했다.
작심하고 갔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시작해 가우도를 거쳐, 백련사와 다산초당, 영랑 생가와 시문학파 기념관까지.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조은식당 소주방’ 사장님과 2년 만에 조우한 광주의 택시 운전사까지. 혼자 떠난 길이지만, 길 위에서 혼자가 아니었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가.
나는 소설에서 강진 곳곳을 그려넣고 싶었다. 작고 아담한 소도시, 어릴 적 살던 꽃동네 같던. 지역을 상징하는 도요지와 동백과 가을 단풍과 해변과 바다 같은 자연 풍경은 때론 고즈넉했고, 때론 아늑했다.
내 강진 기행은 ‘꿈’과 ‘목표’라는 내 글쓰기의 시원(始原)을 만날 수 있었던 여로였다. 혼란하고 복잡했던 마음을 추스른 시간이었고, 갈대처럼 자주 흔들렸던 쓰기의 불안을 다스릴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도자기를 빚는 도공의 정신이랄까.
생애 처음 밟아본 강진 땅. 지금도 강진만 물결은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도도하게, 때로는 무심하게 흐르고 있겠지.
소설은 ‘대통령실 수장고에 있던 고려청자가 유령처럼 사라졌다’라는 허구의 사건에서 출발한다. 대통령실 출입기자 두 명이 내부 제보를 토대로 취재와 보도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진다.
정치권 공방과 총선을 1년 앞두고 여야의 치열한 기싸움을 박진감 넘치게 쓰려고 애썼다. 사건사고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지도자의 무능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책이 나오고 한 달 뒤 22대 총선이 치러졌다. 책에 쓴 총선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99.9999% 맞아떨어졌다는 건 안 비밀.
우리 전통문화 유산 중 하나인 고려청자가 탄생하기까지 과정도 그렸다. ‘마 씨’ 가문이 도자기와 청자를 빚기 위해 시도하고 도전했던 치열한 삶과 애환의 역사, 그걸 통해 문화재 관리 중요성과 전통문화를 계승해야 하는 이유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청자 도난 사건을 놓고 그것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용기 있는 취재와 진실 보도, 조상의 숭고한 얼과 혼을 담은 문화유산을 지켜내려 했던 사람들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썼다.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한국과 일본이 문화 교류를 통해 동반 성장을 꾀했던 시대적 상황을 무한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낸 ‘시대의 걸작’이라고 말하긴 낯 간지러운, <청자가 사라졌다>가 세상에 나왔다. 그즈음, 난 17년 동안 다녔던 신문사를 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