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권 Oct 20. 2021

간편할수록 오래가는 관계

관계에서 오는 공허함은 인간이 풀어야 할 평생의 숙제일지 모른다. 심리학자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사람이 받는 혼란의 대부분은 또 다른 사람에게서 온다는 인간관계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힘들다고 포기하기 쉬운 것도 인간관계.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고, 모든 사람을 좋아하려고 하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렇게 욕심을 부려본다.


이럴 때일수록 열명에게서 사랑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한 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한두 명 놓친다고 해서 인생에 문제가 생기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때로는 지금 이 순간 이 사람과의 관계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다.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다. 속절없이 나에 대한 칭찬만 아끼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목적이 있는 부드러움은 실망감을 남겨준다.


내 옆에서 나를 위하는 척 하지만 알고 보면 나에게서 얻을 게 있어서 그렇다. 내 편인 척 하지만 정작 알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하나쯤 잊어도 되는 사람 때문에 고민할 이유는 없다. 이렇게 쌓여가는 상처는 깊어가기만 한다. 관계의 힘을 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진정한 한 사람을 찾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가다 보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남게 되고 오래 지속할 수 있다.


Photo by@paris_shin


마음이 여린 사람일수록 관계의 확장을 고민하는데, 그래서 과장된 크기만큼 상처의 크기도 크다. 많은 사람을 품으려 애쓰지 말고, 정말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 포장하지 말자. 내가 왁벽하지 않은 것처럼 완벽한 사람은 찾을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면 좋은 사람만 남게 된다. 넘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제는 간편한 관계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경량화를 추구하는 인간관계를 통해 내 곁에 남을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오늘도 관계의 바다를 헤매며 지친 하루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평온한 인생의 영혼과 함께 할 것인가. 어려운 명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답을 찾지도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의 변하지 않는 인간관계와 관련한 진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우리 삶에 와닿는 진리는 무엇일까. 하나 분명한 것은, 많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아픔을 견디는 것보다, 한 명에게서 오는 아픔이 견딜만하다는 것이다.

이전 11화 관계는 극복이 아니라 잊혀지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