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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Oct 26. 2021

거절이 힘들 때

상대방이 나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는 데 단칼에 거절하는 사람을 보면 가끔 부러울 때가 있다.  부탁하는 것만큼 거절하는 것도 힘든 의사 결정은 없다. 특히 친한 친구의 부탁이라면 더욱 어렵다. 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 사람과의 관계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을까, 나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고민의 골은 깊어만 간다. 나에게 기대하는 만큼 나도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게 마련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돕지 못한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의 무능을 자책하기도 한다. 문제는 부탁에 대한 거절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은 이미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탁을 들어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평생의 동료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부탁 하나에 인간관계를 거는 사람이라면 다시 안 만나도 괜찮다. 그러니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결정을 하고 정확한 표현으로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표현은 부드럽지만, 내용은 단호하게 상대방이 헷갈리지 않도록 하고, 또 기분 나쁘지 않게 할 수 있으면 좋다. 누군가의 부탁을 받으면 시일을 정하고 그때까지 상황을 확인해서 답해주겠다고 말해주고, 약속한 날짜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놓고 잠시 후 전화를 해주면 좋다. 물론 쉽지 않은 기술이 필요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에게는 또 다른 상황을 개선할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Photo by@paris_shin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절을 미루지 않는 것이다. 이성 간의 교제에서도 상대방의 고백에 대해서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머뭇거리고 시간만 차일피일 미루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우는 피해야 한다. 그것 만큼 잘못된 거절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좋은 표현으로 말하되, 만나서 말할 수 있으면 좋으나, SNS로 정중한 글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도 나는 추천한다. 글로 쓰다 보면 고쳐쓸 수 있고, 조금 더 좋은 표현이나 흐름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당신의 상황을 잘 이해했고, 도와주고 싶어,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네, 미안합니다. 당신을 신뢰할 수 있지만, 제 사정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거절은 항상 실망감을 남긴다는 게 우리를 망설이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감정에 이끌려서 내리는 판단은 언제나 후회를 남기게 되고 결국 사람까지 잃게 되기도 한다. 사실 혼자 살아가는 사회가 아닌 이상, 누군가를 돕고 때로는 도움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세상 이치겠지만, 도움의 수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치에서 이 주어질 때 그것이 도움인 것이고 협력의 진정한 형태가 되는 것이다.


혼자 살아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호갱이 되어서 자신이 수용 불가능 한 수준의 부탁을 받는다면 이제는 용기를 내어 가지치기를 할 마음을 가져야 한다. 거절하는 용기를 가진 당신은 어쩌면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사람들만 남은 상태에서 생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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