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처음 하는 이들은 누구나 복층 오피스텔의 로망이 있을 것이다. 같은 가격의 단층 구조에 비해 층고도 높고 수납공간 등 가용 공간도 넓어 훨씬 쾌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포구청역 복층 오피스텔에서의 첫 자취, 부푼 마음에 공간을 꾸미며 자취 준비를 시작했다.
“위층은 침실, 아랫층은 거실”로 분리해서 배치해야 한다는 복층 유경험자들의 조언을 반영했다. 침실을 아랫층으로 쓰는 순간 위층에는 발길이 잘 닿지 않게 되고 결국 잡동사니를 쌓아놓는 다락방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었다.
일산에 있는 이케아에 가서 조립식 테이블과 소파, 의자, 조명 그리고 각종 접시와 컵 등을 사와 배치했다. 공구 세트까지 사서 관리실에서 빌려온 사다리에 올라 블라인드도 직접 달아보았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조립, 그래도 첫 자취라는 설렘 때문인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복층에서 실제로 살아보니 오르내리는 계단이 몹시 귀찮았고 때론 위험하기도 했다. 자려고 누웠을 때에도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다시 내려가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회식 후 술기운에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되는 날이면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계단에서 부딪히거나 떨어져 다쳤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인지 오르내릴 때마다 바짝 정신을 차려야 했다. 오죽하면 부모님도 전화할 때마다 “계단 조심하거라” 하셨을까.
또한 복층 오피스텔의 2층은 사람이 서 있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매트리스에 누우면 천장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마치 관에 갇힌 듯한 갑갑함이 느껴질 때가 있어 이 또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갑작스러운 상경과 서울 생활 속에서 홀로 천장을 마주하며 잠자리에 들 때면 기분이 복잡미묘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복층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에어컨이나 히터가 복층까지 공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였다.
단점도 뚜렷했지만 장점도 분명했다. 1층에 소박하게나마 소파와 테이블을 배치한 덕분에 고향의 친구가 상경하면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서울에서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감동이 있었다. 팍팍한 서울살이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혼자 살게 되면 분위기에 취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나도 나름대로 분위기에 젖어보고자 남대문 주류상가에 가서 와인과 위스키를 사다 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곤 했다.
김훈 작가의 책 《허송세월》에서 “위스키는 공동체의 술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술이다. 위스키는 단독자를 정서의 정점으로 이끌고 간다.”(p.15)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저릿하게 목을 타고 내려가는 위스키 한 모금과 함께 혼자만의 정서를 깊은 곳까지 내려가며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은행 동기들은 벌써 터를 잡아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서울에서 자취를 이제 막 시작한 나의 소감을 공유하기도 괜히 좀 머쓱해졌다. 말을 아끼되 조급해하지 않기로 나의 공간에서 나를 챙겼다.
그렇게 복층 오피스텔에서의 첫 자취 생활은 점점 나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