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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쥐새댁 Dec 11. 2020

한강뷰 맛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우리의 두 번째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우리가 겪은 일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아주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주변에서는 부동산 요율 문제부터 잔금 날 애를 먹은 이야기, 매수한 집에 중대 하자가 있었던 일 등 다양한 일을 겪었더라.

인덕션을 두고 와야 했던 일만 빼면 큰 탈 없이 이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4년여 신혼집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집으로 퇴근하고 돌아오던 날.

아직 '우리 집'이라는 말이 잘 붙지 않고 마냥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일 맞이사(기존 집 매도, 짐 빼기 ->새 집 잔금 치르기, 등기접수, 짐 들이기 등)를 진행하느라

너무 긴장을 해서였는지 이사를 마치고 다음날은 몸살이 심하게 와서 앓아누웠다.


아무튼 우리 집이 어떤 집인지, 사실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건 이사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이후였을 거다.

이사 후에도 새로 들인 식기세척기와 바꾼 드럼세탁기 등등...

이전 설치 때문에 집이 어수선했는데 정리를 하고 나니 보이는 집의 면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이폰 만세!!


일단 우리 집의 가장 큰 특징은 한강이 보인다는 것.

집을 구경할 때만 해도 한강이 보이는 집에 대한 로망은 1도 없었다.

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한강이 보이는 집을 구경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

부동산 사장님이 자꾸 거실로 끌고 가 한강 야경을 보여주는데

우리 집 말고 다른 동 집을 볼 때만 해도 "아 네네~" 이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불을 끄고 보는 한강의 야경은 정말 혼을 쏙 빼놨다고 해야 하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 집을 구경할 때 따뜻한 느낌이 너무 좋았는데,

야경도 더 멋있어서 다른 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주변에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없던 관계로...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이런저런 점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1) 가격 : 한강 조망은 프리미엄이 붙는다

실제로 그랬다. 우리가 본 매물은 한강이 보이지 않는 저층과 한강이 보이는 층은 최대 2억까지(호가 기준) 나던 상황. 2억이라는 큰돈을 주고 한강뷰를 봐야 할 이유가 있나. 이게 우리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우리 부부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한강뷰 아파트를 검색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의 공통된 질문들을

같이 얘기해보기로 한다. 물론 주관적인 답변일 수밖에 없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좋겠다.


한강뷰 프리미엄을 주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은 '한강 조망이 영구 조망인지'를 따져볼 것이고 '한강 조망이 파노라마 조망인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 영구 조망이라는 것은 현재는 한강뷰 조망이 가능하지만 앞에 새로운 시설물이 생기면서 조망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한강이 베란다의 빈틈으로 보이는 일부 조망이 아니라, 넓게 펼쳐놓은 파노라마 화면처럼 조망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 두 가지가 가능하다면 한강뷰 중에서도 프리미엄을 줄 만할 것으로 판단된다.


2) 한강은 우울하다?

한강뷰 아파트에 대한 가장 큰 단점(?)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물을 계속 보고 있으면 사람이 우울해진다는 것.

야경은 또 다른 느낌이다


사람마다 배경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도 섣부른 결론은 내지 않겠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강뷰는 왜 프리미엄을 주고 살아야 하는지 답을 명쾌하게 준다. 낮에는 반짝이는 한강의 물빛이, 계절마다 바뀌는 밤섬의 풍경이, 밤에는 여의도 스카이라인이 주는 도시 야경은 한강변의 보너스 같은 것들이다. 주야장천 망망대해 바다만 보고 있노라면 우울했을지 모르겠지만 한강변을 걸어본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서울의 도시 풍경은 낮과 밤,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강은 그렇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많다. 아침 창가 커튼을 열면서 보는 맑은 하늘(물론 미세먼지가 심하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퇴근하면서 보는 국회의사당의 야경은 아주 잠깐이지만 힐링이 되곤 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물드는 한강

3) 한강변은 먼지와 소음이 심하다?

실제로 먼지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사는 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베란다 창틀 먼지를 보면 먼지가 있다. 하지만 환기를 할 때 크게 느끼지 못해서 아직까지 먼지가 생활의 불편함으로 다가온 적은 없다. 소음 역시 한 여름 문을 열어두면 모를까 이중창 새시를 닫아놓으면 전혀 못느끼고 살고 있다.

물론 미세먼지가 심하면 영 별로다ㅠㅠ


이 정도가 한강뷰 집들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느끼는 한강뷰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로 한강과 가깝다는 것. 그래서 한강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이 있다는 점이다. 올해는 코로나19때문에 가뜩이나 헬스장에 등록할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마스크 쓰고 밤 시간에 남편과 한강을 산책하는 것이 엄청난 힐링이 되고 있다. 아직 신혼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꽤 많이 공유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업무 중에 카카오톡으로 나누는 대화나, 식사하면서 나누는 대화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한강을 걸으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일하면서 겪는 이런저런 고민들도 이야기하게 된다. 남편과도 이 집에 이사 와서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렇게 한강을 걸으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얼른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한강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ㅠㅠ)

운동하다 마주치는 노들섬.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불은 안켜놓으려나... 올초에 찍은 사진.
원효대교 지나며 찰칵


지역이나 아파트 구조 등등 다 떠나서 한강뷰 맛집에 산다는 건,

한강을 바라보는 시간만큼은 잠깐의 위로를 받고

더 나은 내일을 살겠다는 약속을 하는 시간이 된다.

그것이 꼭 한강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이 주는 위로가 그런 것 아닐까.

날 좋을땐 걸어서 출근도 했었다 코로나 이전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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