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하기 위해 힘 빼는 방법
나 자신이 기특해 보이는 순간을
많이 만들어라
작년 JTBC 예능 프로 <캠핑클럽>에서 화제 된 에피소드다.
이효리가 남편 이상순과 함께 의자를 만들 때의 일이다. 의자 밑부분을 열심히 사포질하는 남편의 모습을 본 이효리가 "여기는 안 보이는데 누가 알겠냐."고 물었다. 이에 이상순은 "누가 몰라도 내가 알지 않냐."고 답했다. 이 대답이 당시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하고 있던 이효리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고 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집중하는 그 힘이 자존감의 기반이 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몰입하는 내적인 동기를 "미켈란젤로 동기"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도 미켈란젤로의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화가 미켈란젤로는 일평생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지녔던 외골수 예술가였다. 고집도 상당히 센데다 완벽주의여서 그가 작업을 할 땐 외부인 출입도 막은 채 몇 년을 그 일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1508년 경, 교황의 명령으로 시스티나 성당에서 천장화를 그릴 때의 일이다. 무려 4년 동안 성당에 칩거해 천장 구석마다 섬세한 붓질을 하는 미켈란젤로를 보며 친구가 물었다.
"자네,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마다 뭘 그렇게 정성을 들여 그림을 그리고 있나?
완벽하게 그려졌는지 누가 알기나 한단 말인가?"
그러자 미켈란젤로가 답했다. "내가 안다네."
미켈란젤로 동기는 주위의 칭찬, 인정, 이익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행동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내 마음이 알고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한 꾸준히만 한다면 차곡차곡 나 자신이 기특한 순간을 쌓아갈 수 있다. 이렇게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한결같이 어딘가 모를 단단함이 느껴진다. 남이 몰라도 내 마음이 알아준다는 자기 확신이 있으니 어지간하면 지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간다.
물론 시켜서 하는 일이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던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좋아하고, 잘하고 싶을수록 힘이 들어가고 부담이 된다. 어깨부터 빳빳이 굳고 온 몸이 긴장상태에 돌입한다. 이때 "미켈란젤로 동기"를 활용한다면 한결 유연해질 수 있다. 남들의 칭찬이나 인정,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성취감, 내적인 성장 등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안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 날의 결실에 대한 것을 스스로 알아줄 때 외부의 속박과 긴장에서 풀려난다.
사실 긴장을 푼 자연스러움이야말로 고수의 기술이다. 막상 힘을 빼려고 보면 그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운동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도 "힘 빼세요."다. 실제로 어떤 운동 하나를 익히면서 2-3년은 힘 빼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줄 힘이 처음부터 없으면 모를까. 힘을 줄 수 있는데 그 힘을 빼는 건 말이다. 친구 하나는 "병원 가서 엉덩이에 주사 맞을 때 말이야, 간호사가 '엉덩이 힘 빼세요'하면 엉덩이에 힘을 빼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더 힘이 들어가 버린다고" 말했다. 쓰고 보니 이 말은 그다지 적절한 예시 같지는 않다. 하여간 힘 빼기의 기술은 미묘한 고급 기술이다.
김하나 <힘 빼기의 기술>
어느 날은 서투를 수도 있고 어느 날은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그 하루하루가 쌓이다보면 어느새 자란다. 어쩌면 정말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힘을 내기보단 힘을 빼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