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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꽃 Oct 19. 2020

감수성: 계절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

가을을 맞이할 때마다, 


계절의 결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사계절을 촉각, 시각, 후각, 청각으로 맞이한다. 겨울의 끝마침을 알리는 봄바람을 유독 빨리 느끼기기도 하고 한여름의 공기가 식어가는 것도 예민하게 알아차린다.



 또 바람에 냄새가 있다는 것도 안다. 봄을 알리고 여름을 알리며 바람은 부지런히 향기를 바꾼다. 그래서 “이 계절이 좋다”라고 말할 때 그 계절의 바람 냄새, 공기 냄새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이런 감각을 온전히 활용하기엔 더없이 적합하다. 요즘처럼 여름을 갈무리하며 스산해진 가을은 이곳저곳에 즐길거리들이 있다. 나뭇잎도 무르익어가고 하늘도 푸르다. 평소에 등산을 즐기지 않았어도 주말에 시간 내어 산이라도 오르고 싶은 그런 날씨다.


하지만 이런 결’다른’ 감수성이 가끔은 과유불급일 때가 있다.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가을, 겨울 즈음에 걸릴 수 있는 계절성 우울증 때문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으로 주로 가을과 겨울에 발생한다. 보통 우울감과 무기력감, 수면 패턴의 불균형 등의 증상이 있다.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계절성 우울증도 우울증의 하나인데 환절기 감기처럼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이다. 사람에 따라 가을, 겨울이 아니라 봄과 여름철에도 겪을 수 있다. 즉 사계절 아무 때나 찾아올 수 있다. 게다가 인구 100명당 10명에서 20명 정도는 가볍게 겪을 수 있다고 하니 말 그래도 환절기 감기라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가 흔히 “가을 타나 봐”하는 그 감정의 심화 단계가 이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우울증이라는 말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우울도 마음의 사계절 속에서 맞이하는 감정 중 하나인데 이 어감이 주는 무게가 과하게 무겁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울증이라는 단어 자체보다도, 그걸 정의하고 잣대를 대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인식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일듯 싶다.





<계절성 우울증 자가진단>

ㅁ기분이 가라앉고 하루 종일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ㅁ잠들기 어렵고 자주 깬다. 또는 잠자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ㅁ쉽게 피곤함을 느낀다.
ㅁ평소 하던 일에 흥미가 없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ㅁ사소한 일에 신경 쓰이고 답답하고 짜증이 많이 난다.
ㅁ내가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ㅁ안절부절못한다.
ㅁ집중력이 감소했다.
ㅁ식욕이 부쩍 늘었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인이 계절때문이든 다른 이유때문이든 우울에 빠진 사람들에게 “힘내”라고 이야기하는 건 가학적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당사자는 마음으로나마 “나도 안다”고 냉소적으로 대꾸한다. 애초에 이미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릴 때 즈음엔 내 마음대로 마음먹어지는 상태가 아닐 테니 말이다. 일례로 계절성 우울증만 하더라도 계절에서 비롯된 기후, 일조량의 변화를 신체가 더디게 받아들이면서 생겨나는 건데 마음으로 이 우울을 조절하라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 세바시 강의에서 한 강연자가 “다이어트의 실패는 ‘나’때문이 아니라 ‘뇌’때문이에요.”라고 했는데 이 말이 우울증에도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겠지만 힘이 빠진 사람에게 진정 힘이 되는 건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우리 뇌의 한 부분인 시상하부는 외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계절 우울증은 이런 환경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저하될 때 걸리기 쉽다고 한다. 보통 어디에든 적응을 쉽게 하고 면역이 좋은 사람들이 외향적이고 외부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내향적인 사람들은 주위 환경의 변화와 주변 사람들 영향에 민감하기에 적응도 느리다. 눈으로 보이는 사회 적응에도 이리 어려움이 있는데 세포까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건 사실 애석하지 않을 수 없다.



 더디게 적응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감각에 깊게 몰입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계절의 결, 바람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예민한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계절이 바뀌어가는 때일수록 스스로의 눈치를 살펴줄 필요가 있다.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 하는 화요일>에서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제시한다.



어떤 감정이든 결코 그것에 초연할 수는 없어. 우리가 감정을 자제하면 겁내느라 정신이 없어지고 마네. 하지만 이런 감정들에 온전히 자신을 던지면, 그래서 스스로 그 안에 빠져들도록 내버려 두면, 그래서 온몸이 쑥 빠져들어가 버리면, 그때는 온전하게 그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네.
.... 그럼 그때서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좋아, 난 지금껏 그 감정을 충분히 경험했어. 이젠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아. 그럼 이젠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군.’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 하는 화요일>




시선의 전환과 관점의 환기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북돋아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울에 젖어도, 무기력해져도 그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붙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요즈음이다. 여름 내내 싱그러웠던 잎사귀가 찬 바람에 떨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이따금 그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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