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점

여름 휴지기가 필요하다

by 김작가입니다

날이 더워졌다. 벌써 열대야가 시작됐나 싶을 정도로 밤이 더워졌고, 샤워를 막 끝냈는데 땀이 한가득 흘러내리는 계절이 되었다. 어제는 점심에 돼지두루치기에 고등어구이 정식을 먹는 데 밥이 영 먹히지는 않는다. 여름이 왔다. 그 전날 직장 리트릿으로 '용광로황토불가마'를 다녀온 탓일까 벌써 더위를 먹은 느낌이다. 아침엔 밖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7시부터 드릴 소리가 주차장에서 울려대기 시작했고 '난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안되었다고!'를 마음으로 외치며 깨는 듯 마는 둥 출근 시간이 되었다. 아침부터 차가 뜨끈하다.


여름에 몸이 유독 취약해진다. 뜨거움에 약한지 금세 기진맥진해진다. 여름 햇볕에 나가있으면 몸이 녹아내리는 젤리 마냥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다. 어디서 여름잠을 좀 자고 왔으면 싶다. 휴지기가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몸이 취약해지면 자연스레 마음의 취약함도 따라올 때가 있다. 마음의 취약점이 건들린 탓에 요 며칠 새초롬한 상태로 괜스레 짜증이 올라오기도 했다.


어제는 아빠가 춘천닭갈비가 먹고 싶다며 인터넷에서 주문한 '춘천배송' 닭갈비가 도착했다. 멀 먹어도 제대로 먹어야 하는 아빠는 양배추까지 넣어서 작년에 사둔 솥뚜껑 불판에 구워 먹을 계획까지 다 세워놓았다. 저녁엔 선물 받은 감자를 보며 감자로 멀해먹어야 하냐는데, 솥뚜껑 불판 얘기를 하는 것도 감자 얘기를 하는 것도 별 것 아닌 얘기인데도 괜히 아빠에게 투명스러워졌다. 오늘 출근을 해서는 오전 내내 자판을 시끄럽게 두르려 대다가, 점심 먹고 들어와서는 셀프 오침을 자는 동료도 오늘따라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거기다 7,8월 근무조까지 좋지가 않아 불편함이 한 겹 더 얹어지는 것 같다. 사실 주변 사람들은 늘 하던 대로, 아빠는 맛있게 먹을 준비를 하고 동료는 하던 대로 자리를 잡고 앉아 낮잠을 잤지만 내 마음 상태가 같지가 않아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 너그러운 마음은 상대의 행동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넓이가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인을 여유롭지 않은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 나를 직면할 때면 여태껏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던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저하된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얘기이다.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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