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 순간 전쟁을 치르며 살아간다

상업적 글쓰기

by 김작가입니다

'영상 매체에서 상업적으로 글쓰기'라는 주제의 강연이 열렸다. '영상 매체, 상업적, 글쓰기' 세 가지 단어 중에 내가 꽂힌 건 '상업적'이었다. 글쓰기를 나의 주업으로 삼고 살 용기도 그만한 재주도 안 되지만 기왕에 글을 쓰면 돈 되는 걸로 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나중에 글로 먹고살지 또 어떻게 알겠는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는 감독님의 강연이었다. 2시간이 되지 않은 강의의 요점은 3막, 기승전결이 명확해야 하고, 나에게도 남에게도 재미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익히고 재미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글을 좀 써봤다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알만한 내용이다.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감정과 날씨, 환경과 상관없이 무조건 정해진 시간만큼 정해놓은 양의 글을 루틴을 따라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감정 따라 기분 따라 이슈가 있어야 글을 쓰는 나에게 오랜만에 올라간 체중계의 숫자를 보며 운동을 다짐하게 되는 정신차림을 안겨주었다.


실행이 되지 않을 뿐 다 아는 얘기를 하는 중에 가장 솔깃했던 내용은 '갈등'이었다. 글에는 갈등, 싸움이 있어야 독자들이 재미있어한다는 것이다. '다툼과 슬픔, 갈등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외치지만 막상 '좋았고, 좋았고, 행복했고, 훈훈했다.'라는 내용만 줄줄이 담긴 글은 나부터도 읽지 않을 것 같다. 잔잔함으로 가득한 영화 '리틀포레스트'만을 봐도 갈등이 존재한다. 극적인 BGM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함이 가득한 영화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잘한 갈등은 존재한다. 수능을 막 끝낸 딸을 두고 떠난 엄마를 향한 딸의 분노, 옳은 소리만 하는 친구에게 날리는 잔소리, 고약한 직장 상사의 욕을 시원스레 하는 직원. 이후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긴장감이 도는 장면은 없었지만 일상에서 있을 만한 소소한 갈등은 존재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오픈된 '은중과 상연'을 정주행 하던 중이었다. '선망과 원망 사이의 인간관계'를 담아놓은 드라마라는 M언니의 소개에 솔깃하여 보기 시작했는데, 강연을 들은 후에는 드라마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매회마다 끊임없이 갈등이 존재한다. 그래서 은중과 상연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래서 그래서 그다음에는 하며 매회를 정주행 하게 된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극적인 요소를 더 넣었겠지만 당장 내 삶, 내 주변의 삶만 보더라도 크고 작은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외적 갈등이든 한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갈등으로 인한 전쟁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K언니와 L언니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딸들과 엄청난 신경전을 하고 있고, M언니는 집을 짓던 중 동네 아주머니와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고 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더 누워있을지, 밥을 먹을지, 이렇게까지 누워 있어도 되는지 내적 갈등이 엄청났다.


우리는 매 순간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간다. 주변 사람과의 갈등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내 속에서 일어나는 내적 갈등조차도 어찌하지 못한 채 파닥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에서 갈등은 재미와 높은 시청률을 만들어내지만 관객도 없는 내 삶에서의 갈등은 그저 피하고만 싶은 순간이다. 성장과 성찰의 기회로 삼으며 갈등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기에는 나는 평화를 너무 사랑하고 갈등은 꽁꽁 잘 묶어다가 실오라기 하나라도 삐져나오지 못하게 만들고픈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 순간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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