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연 Oct 28. 2022

가보지 않은 길

낯선 곳으로

오래 산 지역에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 있다. 

한 사람이 주로 가는 장소나 지역은 꽤 한정적이다. 혼자서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든 갔던 곳을 반복해서 간다. 예전에 간 적이 있는 카페나 식당이 있으면 약속을 잡을 때 그곳을 다시 찾거나 그 주변을 탐색하곤 한다. 가지 않은 장소나 동네는 가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편이다. 심지어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면서 지나치는 일조차 없는 지역도 있다.

오늘 새로 시작한 수업이 있어 찾아간 곳이 그런 곳이었다. 가기 전에 지도 앱을 찾아보니 종종 이용해온 버스를 타면 되는 거였다. 같은 버스이긴 한데 늘 타던 방향과 반대로 향했다. 9월 초입에 들어선 그날 종일 비가 내렸다. 얇은 긴소매 옷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몇 걸음만 걸어도 얼굴과 등에 땀이 맺히곤 했는데 어느새 춥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빗길을 달리는 버스에서 내다본 풍경이 낯설었다. 이제껏 살아온 동네를 벗어난 느낌. 여기도 아파트 저기도 아파트인 건 이 지역의 여느 동네와 비슷한데 왠지 더 한적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씨가 그런 느낌을 자아내는 데 한몫했을지도.

낯선 느낌을 받으며 목적지에 도착. 강의실에서 마주한 공기는 이제껏 들어온 수업 분위기와 달랐다. 첫 수업인데 긴장감보다는 평온함이 더 느껴지는 듯한 기분. 수업 후 요즘 자주 가는 카페로 향하는데, 그 길은 더 한적해서 고즈넉한 느낌마저 들었다. 같은 지역인데도 동네마다 이렇게나 다르구나 새삼 느낀 시간.

가끔 생각한다. 목적지를 정할 때 낯선 곳을 시도해보자고. 내가 아는 장소 바로 근처 어딘가, 내가 가는 동네 바로 옆 동네, 내가 가는 곳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 뚝 떨어진 곳이나 반대 방향이어도 괜찮겠지. 조만간 지도 속 낯선 어느 장소에 나를 데려다놓아야겠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났을 때 새로운 자극,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작이 가능할 테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