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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연 Oct 29. 2022

점프하려면

우리는 응원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놀이공원에서 내려다본 아이스링크.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저마다 편한 차림으로 다른 이의 코치를 받거나 일행과 발을 맞춰가며 비슷한 속도로 움직인다. 모두 스케이트가 처음이 아닌 듯 엉거주춤 어설프게 움직이거나 엉덩방아를 찧는 일은 없었다. 각자 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데 안쪽에서 혼자 움직이는 사람이 보였다. 내가 링크를 보기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는데 크게 움직이는 무리를 지켜보는 사이 내 눈에 늦게 들어온 듯했다.

희미한 선을 경계로 바깥쪽은 일반 사람들에게, 안쪽은 프로에게 허용된 공간인지 바깥 공간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 안쪽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쪽에서 홀로 움직이는 사람이 보인 순간부터 내 눈은 그를 따라 움직였다. 머리를 하나로 묶어 틀어 올리고 위아래로 블랙 반팔 티에 블랙 레깅스 차림.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으로 보아 운동선수 같았다. 

점프 동작을 연습하러 나왔는지 공간을 휘휘 돌다 점프하더니 다시 돌다 점프하려다 멈추고 또다시 돌다 점프하려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멋진 동작을 기대하며 지켜보는데 자꾸 멈추니 아쉬웠다. 무엇이 저 사람을 멈추게 만드는 걸까. 혼자 연습하느라 잠시 재미없어진 거였기를, 내내 잘 타다 내가 본 그때 잠시 멈칫한 거였기를……. 아니다. 저 사람에게 탈 의지나 생각이 없을 수도 있는데 내 마음대로 응원하면 안 되겠지.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가능한 일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만 유독 힘든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지 의문을 품는 일은 누구에게나 그러하다. 우연히 발견한 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만히 응원하듯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도 응원을 보내고 응원을 받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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