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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연 Oct 29. 2022

무수한 나

어제, 오늘, 내일로 이어진……

나는 무수한 나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나를 연결 짓는 건 나를 채운 생각, 내가 품은 감정, 내가 나로 살아온 시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존재일까. 오늘 새로운 생각과 감정에 휩싸인 나는 어제와는 별개의 나일까. 

삶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예고편이 없기에 어떤 상황을 마주할지 알 수 없다. 어느 순간 어떤 내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채로 살아간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바람의 방향이나 지면의 모양과 각도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처럼 오늘의 내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나조차도 알 수가 없다. 방향과 속도를 모른다고 해서 흘러가는 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 꿈꿔온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제껏 생각 쪽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살았다.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이 따르는 거라고 당연한 진리인 듯 믿었다. 생각 속에 오래 머물다 그 생각이 향하는 깊은 지점에 다다르기도 한다. 단 행동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생각만 하다 보면 생각의 실타래가 엉켜 작은 일도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가 두려워진다. 생각 속에 갇혀 지내는 건 곧 그 사람의 시야와 활동 범주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걸 깊이 경험했다. 그게 얼마나 사람을 작아지게 하고, 결국엔 피폐해지게 하는지도. 

살아 있는 한 생각을 멈출 수는 없다. 어떤 행동을 하든 생각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깊이 사유하는 순간은 소중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건 행동하며 생각해야 한다는 것. 모든 순간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야 하는 건 아니지만, 행동하지 않는 생각은 사람을 퇴보하게 한다. 어둠 속에 갇히게 만든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일, 상황, 감정에 생각과 행동의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난 시간 속에 존재해온 나와 지금의 나는 보이지 않는 여러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의 내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듯 미래의 나 또한 오늘을 살아간 후에야 만날 수 있다. 새로 마주할 오늘 그리고 또 오늘. 반갑고 또 반갑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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