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버스
쏟아지는 비에 시폰 소재 원피스 아랫부분이 흠뻑 젖었다.
다리에 무겁게 감기는 옷자락을 걷어 올리며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먼 곳에서는 얇은 실선을 그리며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었고, 내 바로 앞 인도와 가까운 바닥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 차도로는 떨어지는 빗줄기가 커다란 동그라미를 계속해서 그려내고 있었다.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빗줄기가 빗물이 고인 땅에 자꾸만 파장을 일으켰다.
잠시 시선을 뺏겼다 고개를 들어 버스 전광판을 보니 내가 기다리던 버스 도착시간이 30분 뒤로 찍혀 있었다. 5분 뒤 도착으로 알고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무슨 일이지? 길을 돌아가지 않는 대신 뜸하게 오는 버스라 시간이 맞을 때만 이용하는 편인데, 오늘은 마침 집에서 나오고 몇 분 후에 도착 예정이라 기다리던 참이었다.
강렬한 빗줄기에 잠시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 버스가 사라졌다. 내가 그렇게나 비에 집중해 있었나. 인도와 차도를 번갈아 보며 비 내리는 모양을 보고 있었으니 어느 순간 버스가 오는 걸 놓쳤다 해도 떠나가는 버스의 뒷모습이라도 볼 수 있었어야 하지 않나.
나는 왠지 딴짓하고 있을 때 더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 진짜 나를 말해주는 건지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일보다 어느 순간 떠오르는 감정을 붙드는 것, 그걸 표현하는 것에 더 매력을 느낀다.
현실 속에서 현실을 벗어나 내 안에 있는 어떤 부분을 포착해내는 데 에너지를 쏟고자 한다면, 거기에 자꾸 에너지를 뺏긴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내가 그리는 현실과 실제 현실 사이에 생겨나는 괴리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