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LP를 사러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목소리, 어떤 음악이 담겨 있어도 상관없다. 턴테이블도 없지만, 그래서 당장은 아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들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LP판을 하나쯤 갖고 싶다. 재킷 이미지가 잘 보이게 피아노 위나 낮은 책장에 기대어두어도 좋겠다.
어쩌면 나는 무용한 일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 내가 문학에 끌리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단순히 이야기가 좋아서? 내가 사는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가 궁금해서?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게 좋아서? 글을 가까이하고 싶어서? 딱 떨어지는 답 없이 흘러가는 글을 마음껏 상상하며 읽고 쓰고 싶어서? …… 여러 생각을 하다 아, 이거구나! 싶은 이유가 떠올랐다. 무용해서. 아무 데에도 쓸모가 없어서. 밥을 먹여주지도 시간을 벌어주지도 않는 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그 쓸모없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거라서.
꼭 필요하다 싶은 것만 하고,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산다면 삶은 얼마나 쓸쓸할까. 당장 나에게 가져다주는 게 없는 것처럼 여겨져도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나를 현실에서 멀리 떼어놓으려 한다 해도 그 무용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일들을 멈춘다면 살아 있음에 대해 어떤 단어로 표현하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