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연화지(추억)

by 이성진
IMG_20210404_184402.jpg


어느 봄날 저녁 으스름이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딸내미가 멋진 곳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끌었다. 나들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나와 아내는 드라이브나 하자면서 딸내미가 모는 차에 올랐다.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김천 연화지다. 이름도 곱지만 주변 경관이 정말 좋다. 난 전에도 이곳에 많이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도착하고 보니 그곳이다. 지난 시간, 김천에 오면 들렀던 기억이 난다. 휴식을 위해서도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도 많이 찾았던 곳이다.

그날은 벚꽃이 세력을 잃어갈 무렵이었다. 개나리도 입들이 옹송옹송 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불빛 머금은 수면이 너무 고왔다. 그 수면에 벚꽃이 가득히 쏟아져 내려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 주변, 둘레길을 걸으면서 시간을 보냈고, 연화지의 모든 것을 사진에 담았던 즐거운 기억이 있었다. 코로나가 극성이었는데도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몸짓들이었던 듯하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이라도 했음직한

연꽃이 고와서 이름 지어졌을 연화지


물리적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마음을 크게 지닐 수 있게 하기엔 충분할 듯한


못 가운데 정자가 있고

둘레에는 벚꽃 터널과 개나리 가로수가 있는


어느 이상적인 마을을 그리고 있는 책에서 꺼낸 듯한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한 어느 봄날


삶의 보람과 자유와 평온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벚꽃에 담아 수면 위에 소원 담은 등처럼 띄웠다


둘레길을 걷는 모두의 걸음이 나무늘보 같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벚꽃나무들이 새색시처럼 치장을 하고 있었다. 귀한 공간이요 귀한 사람들이요 귀한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포근하고 배려 가득한 마음들이 연못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는 듯,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끼가 가득했다. 사물이 어둠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쯤 우리는 개나리 하나 눈에 담으며 집으로 출발했다. 어느 봄날의 연화지가 식구들의 웃음과 함께 떠오른다.

keyword
이전 07화시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