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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부장 Dec 10. 2020

평범하지 않은 군사법원,
그 속의 평범한 군인들 이야기

저는 군사법원의 국선변호인, 국선변호장교입니다.

하얀 조명으로 가득 찬 직사각형 공간 속에 적막함이 감돈다.


직사각형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방청석에는 디지털 무늬의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중간중간 사복을 입은 사람이나 나와 같이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끼어있다.


방청석의 정면에는 금색으로 빛나는 저울과 그 저울을 좌우로 교차하는 두 개의 망치, 그리고 저울의 정면에 펼쳐져 있는 법전으로 구성된 '병과 마크'가 홀연히 좌중을 내려다본다.


이윽고 병과 마크 옆에 있는 군판사 전용 출입구가 열리면 방청석 좌우에 앉아 철모를 쓴 채 근엄한 표정으로 직사각형 공간의 적막함을 더해주던 군사경찰(구 헌병) 정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친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방청석 좌우에 앉아있던 군사경찰 정병들, 방청석과 군판사석 사이에 앉아있는 법원 서기, 병과 마크의 바로 아래에서 방청석을 내려다보는 세 명의 군판사까지,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있을 때 군사경찰 정병은 세 명의 군판사 중 가운데에 서 있는 재판장을 향해 다시 한번 큰소리로 경례를 하며 외친다.


충성! 제O군단 보통군사법원 공판준비 끝!

긴장한 표정이 너무나도 역력하며 그 긴장으로 인해 몸의 떨림까지 느껴지는 옆 자리의 군인에게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준비한 대로만 하면 되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며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다.


오늘의 업무도 시작이다.


나는 육군 군사법원의 국선변호인, '국선변호장교'다.






   전쟁 중이 아닌 평시에도 군사법원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대표적인데, 미국에서 군사법원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하여는 톰 크루즈의 주연의 영화 '잭 리처'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잭 리처(2012)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는 전직 헌병수사관인데, 그런 톰 크루즈와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된 민간 경찰 수사관이 톰 크루즈에게 조롱하듯 묻는다.


"당신도 수사와 비슷한 걸 해본 적이 있지?"


   그러자 톰 크루즈는 그 잘생긴 외모로 씽긋 웃으면서 대답한다.


"물론! 너와 다른건, 내가 조사했던 대상은 모두 살인방법에 대한 전문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란 점 뿐이지!"


   물론 모병제 국가이자 실전 경험을 쌓을 일이 많은 미국의 경우와 우리나라의 경우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아마도 군사법원의 설립 취지는 위 톰 크루즈의 대사와 같은 이유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법원과 관련된 일을 한 지 어언 3년 차가 되는 지금까지도 난 단 한 번도 총기와 관련된 사건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내가 맡았던 사건의 당사자들은 모두 단순히 신분이 군인이기에 군형법의 규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민간인과 아무런 차이가 없이 평범했으며, 적어도 '살인에 대한 전문훈련을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한 느낌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제도'인 군사법원, 나는 그 속에서 울고 웃는 '평범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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