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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트리 Aug 12. 2021

언니, 나는 왜 자꾸 아파요?

자신을 돌보기


"언니. 저는 왜 자꾸 아파요?"직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식품회사  작업장은  온도가 낮다. 15도 이하로 관리 되고 있다.  추운곳에서 장시간 일을 하다보니  아픈 사람이 자꾸 생겨난다. 토핑을 하는 사람은 냉장된 식품을 만져야 해서 손가락 끝이 동상이라도 걸린것처럼 아리다 . 적재를 하는 사람은 하루 종일 물건을 쌓고 내리고를 반복하다보니 손가락과 손목이 아프다. 무거운  자재 박스를 하루 종일 이동시켜야 하는 사람은 파스 냄새를 향수처럼 달고 산다. 8시간 이상 하루 종일 서 있는 사람은 발바닥이 아프다. 서서 단순한 동작만 반복하다보니 허리가 아픈 사람도 많다.  


웬만한 근육통은 통증에 끼워 주지도 않는다. 몸에 붙이는 파스는 상비약이 아니라 일상용품이다. 건강 보조제는 유행처럼 동료들 사이를 지나간다. 비타민에서 홍삼으로, 이번에는 멀티 비타민으로 서로를 챙겨 준다. 식사 후에 정수기앞에 모여선 사람들의 손에는 갖가지 약봉지가 들려 있다. 그냥 일상이다.  다만 위로가 필요할뿐~


"언니 나는 왜 이렇게 아픈 곳이 많아요?" 하고 물어오는 동료가 있으면 나는 조금 매몰찬 답변을 했다. 

"그건 네가 너를 돌보지 않아서야. 네 몸에게 생산직 일을 시켰으면 너는 네 몸을 돌봤어야지"

그렇게 말해 놓고는 사실 마음이 아프다.  우리들은 왜 그리 할 일이 많은지 나자신이 돌봐 지지 않는다. 나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때로는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나 보다는 항상 가족이 먼저다. 그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생겨 먹어진 것이다. 본능처럼 식구들을 챙긴다. 밥은 먹었을까? 옷은 제대로 입고 나갔을까? 같이 늙어가는 남편의 외출까지 신경이 쓰인다. 하다하다 이젠 집에 두고 나온 반려견의 안부 까지 걱정을 한다. 


어릴 적 친정 엄마의 신경은 온통 우리들에게 있었나 보다. 방과후에 들판이 훤히 보이는 팽나무 옆에 올라 서면 저 멀리 논 일을 하다가 달려 나오는 어른이 하나 있었다. 너른 들에 많고 많은 어른들이 일을 하고 있었지만 유독 한사람은 죽어라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 오셨다. 그 분은 항상 우리 엄마 였다. 땀흘려 달려 오셔서는 손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새 참으로 받았던 빵 하나를 쌈지 주머니에서 꺼내어 내 손에 꼭 쥐어 주셨다. 그리고는 까맣게 그을린 딸이 뭐가 이쁘다고 엉덩이를 토닥이시고 ,열 번쯤 뽀뽀를 하고 다시 들판으로 달려 가시곤 했다. 달려 오느라 힘들었을 것을, 그깟 빵이 뭐라고 저녁에 일 끝나고 주셔도 됐을것을, 잠깐 안아 보고 어서 먹이고 싶은 마음에 그렇듯 줄창 달음박질을 치셨다.


친정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을 만분의 일도 못준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나도 나보다는 가족이 먼저다. 항상 식구들 생각이 먼저다. 비가오면 비가오는대로 걱정이고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걱정이다. 장성해서 이제 모두 성인이 되었는데도 그래도 뭐 맛있는거 해줄 게 없나 생각중이다. 큰아이가 좋아하는게 보이면 챙기고 싶고 ,둘째가 좋아하는게 보이면 또 챙겨놓고 싶고, 막내가 좋아하는게 보이면 나도 모르게 벌써 구매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말한다. "엄마는 이제 엄마 자신만 돌보시면 돼요."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면 자신들도 행복 하다고 한다. 나도 아이들만 행복하면 다 됐다고 생각하는데 생각의 공통 분모다.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일을 게을리 하면 안되는 이유다. 나의 행복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이라고 하니까. 내일부터는 눈부신 질문을 해 봐야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돌보는게 어떨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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