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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감 Mar 05. 2021

단편 #2

정오의 글

완연한 봄이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계절 속에 있다. 발목까지 오는 두꺼운 겨울 옷을 입은 사람, 촘촘한 실로 짜낸 반팔만 입은 사람 그리고 그 가운데 즈음 가을 속에 사는 나 같은 사람. 다들 갑작스럽게 찾아온 봄에 당황했나 보다. 갑작스럽지만 반가운 봄이 이 도시를 찾아왔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칼을 흩트린다. 햇살은 살짝 뜨거운 기세로 내리쬤다. 무척 오랜만에 느껴보는 더위. 미세한 바늘로 온몸의 땀샘을 찌르는 느낌이 상체를 휘감고 피부 바로 아래쪽은 불을 지피는 듯 화끈 달아올랐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열기에 내 몸은 이런 식으로 무언의 항의를 한다.


그런 감각이 지나가고 나면 생각한다.


어느새 또 봄이, 또 여름이 찾아오는구나.


겨울을 다독여 돌려보낼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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