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꽃이 피었어요
나의 슬픈 언덕은 이제야 완성이 되었어요
어떤 시간에
어떤 사람이 놀다 지쳐
쓰러질 수 있는 섬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의 슬픈 언덕에
잠시 쉬어가세요
당신의 사연과 설움을 빌려 내가 울게요
나는 눈물이 많아서
흘러도 흘러도
눈물이 남아요
어떤 시간 어떤 사연
제가 대신 울어 줄 수 있으니
당신은 그저
곁에 앉아서
타는 장작의 불꽃만 바라보다
그렇게 떠나세요
그래도,
겨울의 냄새를 잊지 않는 사람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젖은 장작이 타는 냄새를 아는 사람이
조용히 다가와 곁에 앉아 주었으면
그래서
추억이 타는 냄새를 알아주면 좋겠어요
라일락이 피었어요
우리는 봄은 잊은 건 아닐까요
라일락이 피면
그 향기를 따라
나의 슬픈 언덕에 놀러 오세요
우리는 모두 말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누구에게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또,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죠. 때로는 참을 수 없이 외롭기도 하고 때로는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곤 하지요.
말이라는 게 참 우습게도 나의 의지와는 달리 흐르곤 해서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아프게도 하고, 형태가 달라져 다른 이를 상처주기도 해요. 그래서 내 속의 이야기를 오롯이 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렇게 쌓여가는 많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가슴에 품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누구의 이해도 동감도 받을 필요 없이 그저 쌓인 내 감정만 오롯이 쏟아부을 수 있는 곳이요. 내가 한 모든 이야기가 다시 누구에게도 흐르지 않고 깨끗이 사라지는, 그런 곳이 있다면 좋겠어요.
꽃이 피는 봄이 반갑고 좋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봄을 아직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이 향기로운 라일락이 피는 봄날, 포근한 햇살을 받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어떨까요?
타인의 시선도, 시끄러운 도시의 소리도 없는 언덕에서 편히 쉴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