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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Mar 27. 2021

N잡러 시대, 5년 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N잡러 시대 살아가기

 2014년 즈음 당시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전체회의가 열렸다. 전체회의 시간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교사가 참여하여 서로 얼굴 보며 인사를 하고 연수를 듣거나 학교의 중요한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각 부별로 전달사항을 발표한다. 선생님들은 표면적으로는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학교 업무를 분배할 때는 바른생활부, 체육부, 과학부 등 부서를 정해 각자 업무를 맡는다. 교감선생님 전달 말씀까지 끝나면 하이라이트 교장선생님 말씀이 이어진다. 이 시간은 교장선생님의 했던 말을 또 듣고 또 들어야 하기에 가장 지루하고 힘든 시간이다.  이날도 ‘오늘은 무슨 말을 길게 하실까’ 라며 교장선생님을 한 번 보고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교장 선생님은 정년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고 합니다.”

이 한 마디에 나를 포함한 선생님들은 빵 터지고 말았다. 왠지 '재수 없다'라는 말과 '오래 산다'라는 말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데 둘을 결합해 생각하니 신선했다. 이어서 하시는 말씀은 집중해서 들었다.

“저는 정년퇴임을 얼마 앞두고 있습니다. 퇴임 후에 무엇을 할지 아직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무언가를 배워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선생님들은 저와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마시고 부지런히 자기 계발하셔서 퇴임 후에 무엇을 할지 미리미리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계산해봤다. 지금 교장선생님 나이가 63세이니깐 100세까지 사신다고 가정하면 무려 37년 동안 직업 없이 지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매일마다 학교에 나오다가 갑자기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고 하는 일이 없어진다면 어떤 심정일까? 아무리 연금이 나온다 해도 할 일없이 37년을 보내기엔 그 기간은 꽤 긴 시간이다.  


  당시 나는 늦은 나이에 교대에 입학해 힘들게 임용고시를 본 후라 자기 계발하라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내 정년은 정부에서 알아서 보장해 주고 퇴임 후에는 연금 나오니 연금으로 생활해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었다.


  교사 발령 후 퇴근 후에는 책과 담을 쌓고 살았다. 임용고시 때 책이라면 이미 넘치게 봐왔던 지라 책에 있는 글씨 한 자도 읽기 싫었다. 난 책을 보거나 다른 자기 계발을 하는 대신 무조건 드라마를 보았다. 저녁을 먹고 나면 시작하는 7시 대에 하는 드라마부터 10시에 하는 미니시리즈까지 안보는 드라마가 없을 정도였다. 드라마를 시청하고 11시에 잠들면 다음날도 '복사+붙이기'와 같은 하루를 살았다.


  당연히 운동도 하지 않았다. 운동은 ‘체육시간에 애들 뛸 때 나도 같이 덩달아 뛰는데 그걸로 됐지 뭐’하며 우습게 넘겼다.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했고 내가 하루에 낼 수 있는 모든 열정을 아이들에게 쏟아부었다며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다.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다들 나와 같은 하루를 살고 있었고 따로 무엇을 배우러 다닌 다던지 학교일 외에 다른 일에 열정을 쏟는 분이 없었다. 이미 교사라는 꿈을 이뤘으니 ‘정년까지 교사라는 직업 하나로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우연히 본 인터넷 신문 기사를 보고 이런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기사 제목은 <''부업 수익만 250만 원’’··· 30살 N 잡러 가 ‘온라인 건물주’된 비결>이었다. 지금은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고 한 가지 직업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이 되었다고 한다. 바야흐로 N 잡러 시대가 온 거다. N 잡러란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알파벳 ‘N’과 직업을 뜻하는 ‘잡’,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다. 또 다른 신조어로는 ‘부캐’가 있다. 부캐란 게임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본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의 줄임말인데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본업 외에 여러 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기사에 소개된 여성분은 출판사 에디터 일을 하면서 플라워 클래스와 공간 대여, 글 써서 인세를 받는 일을 하는 '프로 N 잡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출판사 에디터 일은 본캐고 나머지 플라워 클래스 수강료와 공간 대여료, 글 써서 받는 인세 등 부캐만으로 월 25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말이다. 주말에도 일해서 힘들긴 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오니깐 힘든 것도 잊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기사도 보니 이렇게 N 잡러로 살아가는 20-30대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왜 나는 앞으로 남은 세월을 교사 한 가지 직업으로만 살려고 했던 걸까?  이 어리석은 고정관념을 탈피해보기로 했다. 교사를 하면서 할 수 있는 내 능력을 활용한 부수적인 활동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면 다른 직업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블로그 운영도 나만의 색깔을 입혀 정비해서 운영해보는 건 어떨까, 아님 또 다른 콘텐츠가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았다.


  물론 교사는 겸직이 금지된 직업이다. 만약 내가 낮에는 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학원에서 일한다면 이건 당연히 안 된다. 하지만  블로그나 유튜브를 운영해서 수익 창출을 하거나 책을 내면 학교장에게 ‘교원 겸직 허가 신청서’를 작성해서 허락을 받으면 가능하다. 요즘에는 유튜버 활동하는 선생님들도 점점 늘고 있고 교육부에서도 ‘공익적 성격의 교육 관련 유튜브 활동을 장려’한다고 하니 시대가 많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과연 5년 후, 나는 어떤 직업을 더 추가해서 살아가고 있을까? 물론 본캐에서만 이라도 내 능력을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N 잡러 시대 아닌가? 나의 부캐를 위해 지금도 흘러가는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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