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다 자라지 못한 것들

[1부 한강에는 금붕어가 산다] episode 10

by 지은

10. 다 자라지 못한 것들


유금 세 마리는 그 뒤로도, 일 년을 더 우리 집에서 살았다. 그러나 엄마는 전처럼 유금을 돌보지 않았다. 다시 또 무기력하게, 텔레비전 앞에 누워만 있었다. 새로운 아파트는 남향이라 볕이 잘 들었고, 바람은 활짝 열린 거실의 창에서 부엌의 창으로 바삐 빠져나갔다. 선선했던 그것이 얼어붙었다가 다시 느슨해지는 계절이 와도 엄마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를 대신해 혜진은 아침저녁으로 금붕어에게 밥을 줬다. 수조의 물을 엉망으로 갈아대고, 똥을 치우기 위해 나뭇가지로 돌을 여기저기 쑤셔댔다. 그럴 때면, 놀란 금붕어들이 거센 물결을 타고 이리저리 도망쳤다.

혜진은 새로운 집의 거실을 치가 떨리게 싫어했다. 빛이 잘 드는 밝은 집에서도 무기력한 엄마가 못 이기게 괴롭고, 유금의 튀어나온 눈을 차마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혜진은 언제나 거실을 지나쳐 방 안으로, 대문 밖으로 도망을 쳤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또다시 수조 앞에 서 있었다. 혜진이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엄마는 먼저 입을 열었다. “이상해.” 엄마의 말을 따라 어항을 들여다본 순간, 혜진도 그 ‘이상함’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작은 수조 안에서 유금 한 마리의 머리가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있었다. 셋이 함께 지내던 금붕어들은 어느 것도 힘차게 헤엄치지 못한 채, 좁은 유리벽 안에서 느릿느릿 떠다니고 있었다. 아아. 나의 유금들은 우리 집에 있다는 이유로 생명력을 잃은 것일까?

“머리가 갑자기 커졌어.” 엄마의 당황스러운 말에, 혜진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수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금붕어가 이상하다고 말하자, 수호는 간단히 답을 보냈다.


- 좁은 수조에서 오래 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어.
- 그럼 어떻게 해?
- 조금 더 큰 수조로 옮겨봐.


조금 더 큰 것으로... 더더욱 큰 것으로... 혜진은 그 말을 곱씹다가, 유금 세 마리를 하나씩 투명한 비닐봉지에 옮겨 담았다.

작은 어항에 갇힌 금붕어는 딱 그 크기만큼 적은 성장을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날, 혜진은 유금 세 마리를 들고 한강으로 향했다. 서울살이에 지치고 막막할 때마다 막연히 바라보던 그 강에 이르렀을 때, 혜진은 비닐봉지를 열고 한강 물살 위로 금붕어를 흘려보냈다.

유금들은 처음 맞이하는 거센 수류에 휩쓸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혜진 주변을 빙빙 맴돌았다. 흐릿한 한강물의 잔요동 아래, 유금의 작은 몸이 부유하고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물살을 타고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뒤틀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수류를 타고 점점 뒤틀려가는 몸은 갇힌 생의 모양을 닮아 있었다.




1부〈한강에는 금붕어가 산다〉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부〈수관의 수줍음〉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이 이야기는 현대 가족의 서사를 담은 허구의 소설로, 모든 인물과 사건은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본 작품은 1부 〈한강에는 금붕어가 산다〉, 2부 〈수관의 수줍음〉, 3부 〈해묘 군락〉으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입니다. (작품 제목은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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