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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람 Jun 21. 2024

나도 한때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성덕의 하루

나도 한때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에 빠져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온종일 음악을 듣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나오는 뮤직비디오에 빠져 몇 번이고 본 적도 있고, 슬픈 가사와 멜로디에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서글피 눈물지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노래로 만들어진 편선지를 종류별로 사서 쟁여두었다가 쓰지도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했다.


친구와 축구장이나 농구장에 가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응원하는 운동선수 미니홈피에 들어가 일상을 나누며, 그는 알지 못하는 나 혼자만의 친근감에 빠져 있기도 했다.

분명 그랬던 나인데, 요 근래 나의 열정이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신나고 열정적으로 어딘가에 쏟고 싶어도 그럴 에너지가 사라진 느낌.

그때의 열정이 그립기도 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 시간은 금방 끝나버렸다. 아이들의 부름이 거셌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애교에 다시 현실로 복귀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내 열정의 대상이 여기에 있었구나.'

나의 열정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닿기 힘든 이들에게서 내 곁으로 왔을 뿐이다. 내 곁으로 다가온 내 열정의 대상들은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울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애교를 부리고, 웃음 지어준다.


이 정도면 열렬한 나의 열정으로 이미 성덕이 된 것 아닐까. 오늘 하루는 덕질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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