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고 1년만 꾸준히 해 봐라! 시행착오가 실패를 의미하진 않는다
영국인 신랑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자연적으로 영어/한국어 이중언어 환경이었기에 일반적인 한국인-한국인 가정과는 고민의 시작점이 달랐다. 처음 낳는 아이이고, 다문화가정이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아이들 언어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한국어를 써야 하나? 영어를 써야 하나?'
'애들이 영어와 한국어를 혼동하면 어떡하지?'
이런 등의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그래서 애들 어렸을 때는 이중언어 환경의 아이들 언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관해 많이 찾아보곤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 엄마표영어 > 란 용어를 접하고는 아... 내가 하고 있는 게, 내가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엄마표영어와 비슷한 맥락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
엄마표영어의 개념을 굳이 정리해 보자면, 아이들에게 authentic한 영어 환경을 만들어주어 아이들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하게 도와주는 것. 하지만, 내가 첫째를 키울 때까지만 해도 엄마표영어를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엄두는 내질 못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표영어가 지금처럼 아주 큰 히트를 쳤던 것도 아니고 (내가 그 당시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ㅎㅎ) 우리 애들은 이미 이중언어 환경에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열심히 안 해도 충분해! 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언어라는 게, 안 쓰면 퇴화되기 때문에 계속 듣고 말하는 환경 속에 있어야 하는데 이미 3살에 아빠의 나라이자, 피가 반 섞인 자기의 언어를 거부해 버리니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 (EFL 환경 :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집 밖을 나가면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환경) 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으면 자칫하다가는 영어를 놓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되면 아빠와의 교감도 할 수 없고 계속 악순환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때 첫째는 6살이었는데 이전까지는 에일라의 영어와 한국어 말하기 듣기가 모두 유창하니 언어 발달이 잘 되고 있구나 하며 안이하게 생각했다. 주위에서 이 나이 즘엔 단어 확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라 단어 확장을 해 줘야 한다고 하는 얘기도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가.. 아차!하게 되었다.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어릴 땐 언어를 구분하지 못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3살 때 딸기가 영어로는 strawberry 이고, 한국어로는 딸기야! 라고 인지하고 있진 않기에. 우리 애들만 하더라도 '엄마 strawberry 주세요' 하는 등 한국어/영어 단어를 섞어 말했다. 그러다가 일정 나이가 되니, 자연스럽게 언어를 구분하고 영어로 말할 땐 영어로 한국어로 말할 땐 한국어로만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첫째도 둘째도 아침 9시 등원해서 오후 4시 즘 하원을 할 때까지는 100% 한국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심지어 집에 와서도 한국인 엄마인 나와 계속 시간을 보내며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니 한국어 단어는 확장이 되는데, 영어 단어는 생활 영어가 전부인 상황이 왔다. 단어 확장이 일어나지 않고 정체되는 상황이 와 버린 것.
하루에 영어에 노출되는 절대적인 시간도 너무 적었다.
그래서 일부러 애들이 집에 오면 영어 DVD 를 함께 보고 영어책도 읽으면서 영어 환경에 인위적으로 노출을 시켜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엄마표영어란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막상 시작을 하긴 했는데, 일반적인 한국인-한국인 가정과는 사정이 달랐다. 또, 엄마표영어에 대한 책들은 내용들이 너무 범접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그리고 HOW TO (어떻게 해야 하나) 가 많이 고민이 되었다.
나는 뭐 하나를 시작하려 해도 준비를 다 해놓고 시작해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다. 200%가 준비될 때까지 실행을 미루는 스타일. 나처럼 특수한 상황이라 어렸을 때부터 고민을 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보통은 엄마들이 애들 어릴 땐 육아에 정신없다. 한 5-6세 정도 되서 본격적으로 애들 영어에 대해 고민하고 엄마표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엄마표영어 책을 읽으면 너무 방대하고 거창하게 서술이 되어 있었다. 지레 겁먹고 시작을 못 하거나 참고하지 않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에게는 너무 어려웠던 것. 심지어 나는 영어랑 친한 사람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가 모국어이자 제2외국어인 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엄마표영어 책 내용을 읽고 이해가 가지 않아도 일단 영어 그림책을 읽힐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그것부터 시작을 했다.
지금은 엄마표영어 년차수가 쌓여서 시중에 나온 엄마표영어 관련 책을 읽으면 흘려듣기는 뭐고, 집중듣기는 뭔지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간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방향을 잡고자 엄마표영어 책을 읽게 되면 되려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이론 공부만 하다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지레 겁만 먹고 흐지부지하는 경우가 생기기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엄마표영어에 대한 믿음이 갖춰졌다면!! 고민하고 공부할 시간에, 먼저 시작하고 그 다음에 차차 고민하라.
그리고 또 한 가지. 엄마표영어에 대한 믿음으로 용기내서 엄마표영어를 시작했다면 속는 셈 치고 1년만 꾸준히 해 보길 권한다.
엄마표영어는 당장에는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같은 맥락이기에 아이에게 인풋에게 차고 넘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아웃풋을 하지 않으면 엄마는 조바심이 나고 자연스레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뭔가 방법이 잘못 되었나 고민을 하게 된다.
엄마표영어. 1년 꾸준히 해본 다음, 그 때도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 때 다시 고민해보셔도 늦지 않는다. 이 좋은 엄마표영어.
많은 사람들이 그 효과를 알고 한국 아이들이 영어를 학문이 아닌 언어로 즐겁게 습득하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