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피킹글리쉬 Oct 31. 2020

엄마표영어, 이래도 된다

넷플릭스, 유튜브를 보고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한다

영어 그림책에 집착하던 시기가 있었다. 엄마표영어를 하는 사람들은 으레 영어원서로 성공의 길을 걷는 것 같았다. 남의 아이와 우리 아이는 다르고, 우리 집 환경은 특수한 상황이었음에도, 그저 그들이 하는 대로만 따라하면 성공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매일같이 책읽기를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아니, 사실은 좋아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신이 나서 이야기를 조잘조잘대기 바빴다. 둘째는 아직 글자를 모르면서 자기가 직접 읽어준다며 그 동안 들었던 스토리로 이야기를 해 주기도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는 그랬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노는데, 게임까지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신랑은 나와 의견이 달랐다.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왔기에, 아이를 놀게 내버려 두라 했다.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것도 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게임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영어 인풋이 가능하다고 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내가 어렸을 때 엄마표를 그렇게 했단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문득, 우리 딸들한테 '스파르타'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내려 놓았다.



그 후 우리 아이들은 PS4를 즐긴다. 쥬라기 파크, 마인크래프트 등을 하면서 어느 순간 첫째의 영어 읽기와 쓰기 실력이 늘었다. 화면에서 영어 글자가 계속해서 나오니까 계속해서 보면서 인지를 하게 되기도 했고, 수많은 아이템들 중 지금 필요한 무기를 찾으려면 검색이 가장 빨랐기에, 검색하려고 스펠링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자연스럽게 흡수가 되어 어느 순간 계단식 점프를 한 것이다.







사진 출처 Pixabay @kalilapinto


마인크래프트와 별개로, 우리는 집에서 날마다 넷플릭스를 시청한다. 한 번 시청할 때 약 1시간 정도 보는데, 하나의 쇼를 쭉 이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첫째와 둘째가 번갈아가며 자기가 보고 싶은 쇼를 한 개씩 본다. 이렇게 하면 화면에 빠져서 영상 시청을 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다. 더불어 쇼마다 주제나 카테고리가 다르기에, 다양한 인풋을 할 수 있다.



주말 혹은 평일 저녁에는 이따금씩 가족이 모여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에서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새로운 문화나 나라를 간접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오고, 더불어 역사와 문화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엄마표영어를 영어그림책으로 시작했다고 끝까지 영어그림책으로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이에 따라서 시작하는 데 영어그림책이 아에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첫째의 친구 엄마는 둘째가 알파블럭스에 꽂혀 유튜브에서 그것만 보더니 파닉스를 깨쳤다고 했다. 거기에서 자신의 관심사대로 영상을 눌러보며 넘버블럭스, 그 다음엔 도형 등으로 넘어가더니, 어느 순간 'rectangle'을 영어로 말하며 엄마에게 이거 그려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표영어, 꼭 책육아만이 답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다양한 컨텐츠를 접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주도권을 아이에게 주면, 엄마도 덜 힘들여도 되고, 아이도 즐겁게 엄마표영어를 할 수 있다.

이전 12화 재미있으면, 하지 말래도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