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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킹글리쉬 Oct 29. 2020

재미있으면, 하지 말래도 한다

엄마표영어 성공비법 중 3단계 : 첫째도 둘째도, 흥미

‘엄마, 이 책 너무 재밌는데 더 들으면 안 돼?’


‘그래, 그럼 총 16챕터까지 있는데 두 챕터만 더 들어서 딱 반만 해 볼까?’


‘응!’



아이와 얼리챕터북 Mercy Watson으로 집중듣기(이하 집듣, 음원을 틀어놓고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며 읽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책으로 며칠 전 집중듣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1,2번 책은 '재미있다'보단 '힘들다'고 얘기를 해서 집듣 양을 줄여야지 하던 참이었다. 원래 계획했던 챕터6까지 완료하고는 책을 덮으려던 순간, 아이 입에서 조금 더 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두 챕터를 더 듣고 나니 또 한 마디.



‘엄마,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








사진 출처 Pixabay @Katrina_S


 자리에서 챕터   집듣을 끝냈다. 집듣을 하기 전에 자막있는 영상으로 집듣한 Bink and Gollie 까지 합치면  자리에서 집듣만 35분을  . 책 내용이 재미있으니 굳이 더 하자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정해진 분량만큼만 완료하고 그만 시키려 했었으니까. 시켜서 했다면 아마 10분도 안 되서 그만 하겠다고 외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작 며칠이었지만, 집듣하자며 하기 싫다는 애를 억지로 앉혀놓고 듣고 있으려니, 아이도 아이지만 내가 지쳤었다. 괜히 애한테 스트레스만 주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어른도 자기가 하고싶지 않은 일을 등 떠밀려 해야할 때면 의욕이 저하되지 않던가. 고작 8살 된 아이가 엄마가 하란다고 하기 싫은 걸 계속 해야 했으니 얼마나 싫었을까. 결국 하는 건 아이인데 강요하려니 엄마도 아이도 지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득 중학생 때의 내가 생각이 났다.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1시-12시. 다음 날 일정을 위해서는 씻고 자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지만, 2-3시간 씩 밤을 새 가며 미드를 시청했었다.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게 계속 빠져서 봤던 것이다. 나는 영어를 공부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때 나의 영어 귀는 급격하게 트였다. 그저 재미있어서 봤고, 계속 보다 보니 귀가 뚫렸다. 이게 진정으로 의미있는 영어 습득이 아닐까.



아이가 좋아한다고 오랜 시간동안 영상을 틀어주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재미있으면 아이가 나서서 보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사진 출처 Pixabay @yohoprashant


아이들 수업을 오랜 시간 해 오면서 발견한 점이 하나 있다. 아이들이 수업에 호의적이지 않고 반발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의 경우, 아이의 '영어 실력'과 관련된 문제가 숨어 있었다. 이런 친구들에게는 굳이 수업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린다. 수업 분위기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면서 만난 한 아이가 있다.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아이는 매번 새로운 활동을 할 때마다 '전 안 해요.'라고 이야기했다. 워낙 성향이 특이한 아이라 그런가 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왠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이 아이를 조심스레 관찰해 보았다.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나 따로 있었다. 자기가 친구들에 비해 영어를 잘 하지 못 해서 주눅이 들어있으니 괜히 심술을 부리는 것.



대부분의 활동을 게임으로 진행하니 아이가 보기에 '만만'해보였을 것이다. 즐기는 데 영어가 필요한 거지, 영어를 꼭 해야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하자, 아이의 태도는 180도 변화했다. 활동을 할 때마다 안 한다며 어기짱을 놓던 아이가 이제는 어떤 활동을 하든 자기가 먼저 나서서 '이거 재밌겠다~ 전 이거요~'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사진 출처 Pixabay @JillWellington


아이에게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내적과 외적으로 재미있는 자극 요소가 필요하다. 책 내용이 재미있으면 아이들은 '에이... 또 책이야?' 하기보단 '이 책 재밌는데!'하며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책 읽어줄게~' 하는 소리에 '난 이거!' 하며 쏜살같이 달려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들이민다. 영어 귀가 뚫리면 어떤 영상이든 받아들인다. '넷플릭스 보자!' 하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오늘 My Little Pony!' 하며 자기가 이미 세팅까지 완료해둔다.



엄마표영어는 아이를 '학습'시키는 게 아니다. 아이가 영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실 말이야 쉽지, 엄마에게는 어려운 미션이다. 학습을 배제하고 아이를 그저 믿고 따르며 방향만 제시해주는 것은 백 번 마음을 다잡아도 다음 날이면 다시 흐지부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흡사 스님이 매일 같이 도를 닦아도 다음 날이 되면 초심으로 돌아가는 이치가 아닐까.



아이는 영어를 배우지 않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안 시켜도 한다. 아니, 하지 말래도 한다. 엄마가 아이를 끌고 가는 엄마표영어를 하게 보면 엄마도 아이도 지친다. 꾸준함이 답인 엄마표영어에서 끌고가는 엄마표는 쥐약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의 실력이 느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엄마도 점점 지쳐서 꾸준함은 커녕, '이렇게 할 거면 그냥 공부해.'하고 두 손 두 발 들게 된다. 엄마는 의도와는 다르게 아이에게 '학습'을 하게 되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 가지만 기억하자. 누구를 위한 엄마표인가? 아이도 엄마도 진 빠질 필요 없다. 엄마표영어, 재미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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