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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새댁 Mar 17. 2021

소박하지만 다정한 공간

파리 6구, 마미 갸또 Mamie Gâteaux

마미 갸또 티 세트, 당근케이크

 '다정한 존재'란 무엇일까. 나에겐 엄마가 그렇다. 어렸을 적부터 언제나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주던 엄마. 결혼하고 남편과 파리에서 신혼을 보내며 알콩달콩 모든 것이 좋을 줄 알았지만, 때로는 마음이 지치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당장이라도 친정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멀어도 너무 멀었다. 다 컸다고 생각하지만 어른 아이가 되는 순간. 그런 날이면 파리의 다정한 공간, 마미갸또 생각이 난다.




 소박하지만 먹음직스러운 홈메이드 케이크들이 쇼케이스 안에 가득. 보통의 프랑스 디저트처럼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투박함 속에 따뜻함이 느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곳을 찾았던 이유가 있다. 케이크를 고르다 보면 내가 왜 울적했는지 잊어버릴 수 있었다. 가끔은 이런 단순함을 가진 나도 좋았고, '엄마의 케이크'라는 뜻처럼 다정한 이 케이크들이 좋았다.



무심한 듯 공책에 프린트된 메뉴판


 17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은 아니지만 점심시간이 되면 매장 안이 꽉 차고 단골손님 또한 많은 곳이다. 내가 갔던 날도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옆 테이블에 앉았는데, 직원에게 "레몬 머랭 타르트는 언제 나오나요?"라고 묻는 것. 레몬 머랭 타르트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단번에 단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년 간 살았던 나에게도 위로가 되어주던 곳이지만, 현지인에게 더욱 그렇다. 최고의 디저트 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겨운 메뉴와 따스한 분위기가 좋다고.




 같은 음식이더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공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얀 벽에 세월이 느껴지는 멋스러운 원목가구와 빈티지 그릇, 소품들이 시골 할머니 집에 간 듯 따스하다. 이렇게 오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온기가 가득,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가벼워지곤 했다.



마미 갸또 앞 풍경
당근 케이크

마미 갸또 Mamie Gâteaux

주소 66 Rue du Cherche-Midi, 75006 Paris, 프랑스

홈페이지 https://mamie-gateaux.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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