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6구, 르 셀렉트 Le select
몽파르나스 3대 카페 중 하나인 르 셀렉트 Le select는 1923년 문을 열어 헤밍웨이, 피카소, 샤갈 등 파리 예술가들의 아지트와 같은 곳이었다. 늦은 밤까지 오픈을 하는 카페가 많지 않았던 파리에 밤새도록 영업하는 르 셀렉트는 예술가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이름만 들어도 감탄이 나오는 사람들이 단골이었던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파리 곳곳에 100년도 더 된 오래된 카페들이 많이 남아 있다. 클래식하지만 자유분방한, 전형적인 파리 카페의 모습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대표적으로 레두마고, 카페 드 플로르, 르 프로코프 등이 있는데 그중 몽파르나스 3대 카페도 빠지지 않는다. 카페 르돔, 라 호통드 그리고 르 셀렉트. 지금도 몽파르나스 대로에서 가장 빛나는 곳들이다.
르 셀렉트는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도 나올 만큼 그에게 특별한 장소였으리라 생각된다. 중학생 때 엄마가 건네준 <노인과 바다>를 통해 헤밍웨이를 만났다. 그래서인지 파리에서 그와 관련된 장소들을 갈 때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달까. 전쟁이 끝나고 파리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한 헤밍웨이는 파리의 여러 장소들을 다니며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도 파리 카페를 참 사랑했던 것 같다. 파리에 '헤밍웨이도 다녀간 카페'라는 수식어가 붙는 카페들이 꽤나 많은 걸 보면. 무튼, 그가 즐겨 찾던 카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찾아온 평화 안에는 불안도 공존했던 시기, 예술가들은 몽파르나스에 모여 끊임없이 토론을 이어갔다. 이때가 바로 피카소, 달리, 샤갈. 헤밍웨이 등이 파리에서 활동했던 때로 당시는 어땠을지 내 머릿속 상상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런 나의 갈증을 풀어준 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였다.
진정한 사랑은 죽음마저 잊게 만든다네. 두려운 건 사랑하지 않거나 제대로 사랑하지 않아서지. 코뿔소 사냥꾼이나 최고의 투우사 벨몬테처럼 용감하고 진실한 사람이 죽음과 맞설 수 있는 건 열정적인 사랑으로 죽음을 마음속에서 몰아내기 때문이요.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헤밍웨이
영화 속에서 헤밍웨이가 하는 대사는 인상적이었다. 헤밍웨이뿐만 아니라 피카소, 달리 등 당시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나와 주인공을 만난다. 파리를 오는 지인들에게 먼저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오면 여행이 더 재밌을 거라고 말해주곤 했다.
지인들에게 파리 여행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두 가지로 나뉘었다. 정말 좋았거나, 안 좋았거나. 극과 극이다. 하지만 좋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파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은 곳 중 하나라고 했다. 파리는 누군가에게 치열한 삶의 현장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곳이다. 마치 헤밍웨이에게 파리라는 존재가 그랬던 것처럼.
저녁 무렵 방문한 르 셀렉트. 철야 카페로 유명했던 카페라 일부러 늦은 시간에 갔지만, 여름날 파리의 밤은 10시가 되어서야 어두워진다. 저녁 7시는 낮처럼 환해 조금은 아쉬웠다. 식사 전 마시기 좋은 달달한 끼르 한 잔을 주문했다. 끼르는 와인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라 부담 없이 마시기 좋다. 카페 르 셀렉트는 50여 가지의 위스키와 다양한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는데 카페 안에 진열된 수많은 위스키 병들이 조명처럼 반짝인다.
10시면 문을 닫는 보통 카페와 달리 지금도 새벽 2~3시까지 운영하고 있는 카페이니 파리의 밤이 아쉽다면, 혹은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몽파르나스의 르 셀렉트를 방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주소 99 Boulevard du Montparnasse, 75006 Paris,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