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많지만 권한은 적다
PM으로서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소통’으로 채워진다.
회의를 한다.
메신저로 소통한다.
메일을 보낸다.
다시 회의를 한다.
조율해야 할 팀이 많고,
맞춰야 할 일정이 있고,
설명해야 할 이해관계자가 있다.
PM의 일은 결국 ‘중간’에서 벌어진다.
문제는, 중간이라는 자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
⸻
최근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을 읽으며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프로세스의 부재에서 오기도 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책에서 혁신은 천재 한 명이 아니라
프로세스(운영체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는 결국 조직을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표준 운영 방식(SOP)’이라고 말한다.
PM이 겪는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그걸 누가 하는 거였지?”
“그건 언제까지 해야 하지?”
“그걸 왜 하는 거지?”
“이건 결정 난 거야, 아닌 거야?”
결국 정리하면 하나다.
애매함이다.
PM은 그 애매함이 생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정리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
책에서 말하는 프로세스의 본질도 결국
이 애매함을 줄이는 일이다.
누가, 무엇을, 왜, 언제까지 하는지.
그 기준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
⸻
저자의 말을 빌려 앞으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1. 말이 아니라 “문장”으로 남긴다
책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논리적 생각을 이끌어내는 글쓰기와
조직 내에서 통하는 언어 프로토콜이다.
PM으로 일하려면 구두 합의를 문장으로 바꿔야 한다.
- 이번 주 결정사항
- 다음 액션 / 담당자 / 기한
- 리스크 / 가정 / 전제
합의된 문장이 공유되지 않으면
“그때는 그렇게 들었는데요...”로 싸워야 한다.
2. 결정이 필요한 순간엔 선택지를 같이 올린다.
책에서도 실행이 느린 조직과 빠른 조직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 경험상 그 차이는 ‘의사 결정이 내려오는 속도’에서 나타난다.
“이런 문제가 있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해 주세요” 대신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가 빠르다.
A를 하면 일정은 지키되 리스크가 남고,
B를 하면 리스크는 줄지만 일정이 늦는다.
그러면 나는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3. 주간 회의는 “보고”가 아니라 “예방”이어야 한다
책에서 언급하는 주간 회의 운영의 목적은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 있다.
따라서 주간 회의에서의 보고 내용은
아래 세 가지를 담으려고 한다.
- 이번 주 가장 큰 리스크 1개
- 그 리스크의 오너 1명
- 그 리스크를 줄일 액션 1개
이렇게만 해도 중간에서 충돌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4. 목표는 ‘Output’이 아니라 ‘Outcome’으로 잡는다.
책과 저자의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다.
많은 조직이 실행이 안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기획이 명확하지 않아서 실행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목표를 “무엇을 한다(Output)”로 잡으면
사람들은 결국 활동만 늘어난다.
반대로 “어떤 효과를 낸다(Outcome)”로 잡으면
불필요한 싸움이 줄어든다.
PM이 중간에서 고군분투할 때는
대부분 Output만 늘어난 상태다.
회의를 더 하고, 문서를 더 만들고, 보고를 더 한다.
그런데 질문을 바꾸면 일이 달라진다.
“그래서, 이걸 하면 무엇이 좋아지나요?”
효과를 확인하는 이 질문 하나가 업무의 방향을 결정한다.
⸻
위의 항목들을 업무에 적용한다고 해서
PM이 갑자기 편해지진 않을 것이다.
변화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PM은 고객과 팀 사이에 있고,
일정과 리스크 사이에 있고,
기대와 현실 사이에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의 사람들을 응집시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 내고,
그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았을 때의 뿌듯함이 있다.
그래서 내가 PM이라는 일이 좋아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