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를 거부하는 사람들

헤드헌터의 한 문장

by Dean

24년도를 보내고 25년이 되면서 다짐한 게 있다.

'꼭 이직해야지.'


25년엔 실제로 이 다짐을 실천으로 옮겼었다.

여전히 수많은 지원과 탈락을 겪고 있는 중이지만.




이직을 준비하면서 여러 헤드헌터님들과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꽤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대기업에서 15년, 20년 다니신 분들이랑 이야기해 보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더라고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진 않았지만,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능력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세상은 바뀌었는데도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내가 사는 시대를 따라가고 있는가.




우리 회사는 보안 문제로 자체 클라우드 PC를 사용한다.

그 덕분에 외부에서 흔히 사용하는 협업툴의 도입이 빠르지 않다.

보안은 중요한 부분이니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최근 우리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계약하여

Teams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직접 사용해 보니 협업툴의 장점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료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남기고, 동시에 문서를 작성한다.

누가 어디까지 했는지, 어떤 논의를 했는지 히스토리로 쌓인다.

체감할 정도로 생산성이 향상된다.

'협업'이라는 단어가 드디어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다.




그 한 가지 불편한 점이란,

이 협업의 편리함이 전 직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내 맞은편에 앉아 계신,

곧 은퇴를 앞두신 책임님은 마치 자랑처럼 말한다.


‘나 팀즈 안 쓰잖아’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불편해'

'어려워'

'나 원래 이런 거 못해'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화가 나기보다 조금 막막해진다.


왜냐하면 결국 그 사람들을 위해

나는 다시 '예전 방식'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Teams로 올리고,

또 사내 시스템에도 올린다.

Teams에서 피드백을 받고,

다시 메일로 정리한다.

한 번이면 될 일을 두 번 한다.


생산성 향상은 AI를 사용하는 것 같은

혁신적인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이런 변화부터가 시작이다.




이 업무적 로스가 생각보다 커서

Teams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있으면

시간을 내어 가르쳐주기까지 한다.

나도 공부해 가면서 하는데도 말이다.


하다못해 협업툴 Teams 사용하는 것도 이런데,

다른 부분은 오죽할까.


헤드헌터들이 말한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더라고요'는

바로 이런 장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모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법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


세상이 바뀌어도 나는 변하지 않는 상태.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우리 뇌는 늘 편안한 선택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나도 더 자주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내가 지금 불편함을 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원래'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에 맞춰가고 있는지.




이직을 준비하면서 많은 회사들의 모집 공고를 봤다.

어떤 능력을 요구하는지와 우대 사항들을 읽어 보면서

내가 아직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단 생각을 했다.


어떤 회사가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환경에서 더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

내가 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과연 적응할 수 있을 건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다.




헤드헌터의 한 문장이

그저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된 이유는

그 말이 결국 나에게도 향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제 출근했더니 같은 팀의 23년 차 대선배님이

이직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이 업무를 할 때도 대단한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23년 차에도 이직을 감행하는, 이직을 해내는 분이라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불편하지만 배우는 쪽,

느리더라도 업데이트를 하는 쪽,

'난 몰라' 대신 '어떻게 하면 되나요?'를 묻는 쪽의

사람으로 끊임없이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6년에도 더욱 정진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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