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령한 줄에
출근하자마자 여기저기서 메신저가 왔다.
사내 공지 게시판에 올라온 익숙한 이름 석 자의 위치를 바꾼 인사발령 공고 때문이었다.
소문은 며칠 전부터 들려왔다.
"팀장님이 교체될 거래."
"사업부장님이 자르셨대."
하지만 그 소문이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도착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제까지 업무 보고를 하고,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이야기하던 팀장님은 오늘 아침 자리를 옮겼다.
작별 인사조차 없이 서둘러 자리를 옮긴 그의 뒷모습은 그가 이 조직에서 보낸 십수 년의 세월에 비해 너무나 가벼웠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그를 보좌하던 파트리더가 새로운 팀장으로 앉았다.
어제까지 '책임님'이라 부르며 농담을 나누던 이가 이제는 나의 생사여탈권을 쥔 최종 결정권자가 된 것이다.
조직은 잔인할 만큼 효율적이다.
누군가의 부재를 슬퍼하거나 당황해할 틈도 없이, 시스템은 새로운 톱니바퀴를 끼워 넣고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간다.
직급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그토록 매달리는 '자리'라는 것은 결국 회사가 잠시 빌려준 의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주인이 바뀌면 의자는 그대로 남아도 앉아 있는 사람은 바뀌어야 한다. 회사가 필요로 할 때는 '리더'라 칭송받지만, 쓸모가 다하면 '비용'으로 분류되어 삭제된다.
새로 부임한 팀장은 서둘러 팀원들을 소집했다.
어제까지 함께 팀장님의 험담을 나누던 동료의 눈빛은 이제 사뭇 진지해져 있다.
권력의 이동은 이토록 빠르고 선명하다.
저렇게 굴욕적인 대우를 받고도 회사를 마음대로 관두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살짝이나마 느껴졌다.
그러나, 이 거대한 조직의 톱니바퀴는
언제든 나를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세스 고딘은 ‘린치핀’이 되라는 이야기를 한다.
내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명함에 박힌 직함이 아니라, 의자에서 내려왔을 때도 변하지 않을 '나만의 실력'과 '나의 이름'뿐이라는 것을.
나는 내일의 나를 위해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