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한다

나의 자리를 생각하다.

by Dean

최근 회사에서 희망퇴직 공고가 올라왔다.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이미 사내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고,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도 우리 회사 이름 뒤에

'희망퇴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 수치보다

임직원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가장 큰 영향은 아마

'PS(초과이익 성과급)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어디 회사는 이번에 보너스가 연봉의 몇 퍼센트라더라,

어디는 사상 최고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더라.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런 타사의 승전보들은

임직원들 사이에서 씁쓸한 안주거리가 된다.

단순히 통장에 찍히는 '돈'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보낸 일 년의 시간이 부정당하는 것 같은 기분. 이것은 임직원들의 사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퇴근 시간이 지난 텅 빈 사무실 한구석에서 생각에 잠긴다.

회사의 위기는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님을 머리로는 알지만,

희망퇴직이라는 네 글자가 주는 무게감은 여지없이 어깨를 짓누른다.

언젠가는 나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기에.


다른 관점에서는 내가 이 조직에 쏟은 열정과 시간은

회사의 적자라는 성적표 아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오고 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불안한 공기 속에서

나는 다시금 확인한다.


회사가 나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는 있어도,

나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너스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결국

'나의 숙련도'와 '나라는 브랜드'뿐이다.


나는 내일도 출근할 것이다.

회사의 경영난을 내가 당장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혼란 속에서 내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으려 한다.


성과급이 증명해 주지 못하는 나의 가치를,

퇴근 후의 기록과 나만의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증명해 나가는 수밖에.


희망퇴직의 파도가 지나가는 자리에,

휩쓸려 가는 내가 아닌

단단하게 뿌리내린 내가 남아있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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