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조언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by Dean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는 더 이상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

내가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을 맞이했던 때가 아마 2022년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6년 차 정도로 회사 생활을 오래 한 편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선배가 되어 있었다.

오랜 세월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신입사원에게 조언이랍시고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변명을 해보자면, 나의 신입사원시절을 돌아봤을 때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선배의 조언을 나도 전달해주고 싶었다.


내가 해준 말은 이것이었다.

“월급의 80%는 저축해.”


나는 2016년 여름, 인턴으로 일할 때 과장님이 내게 해주신 말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그 조언이 계속 머리에 남아있었고

결국 나는 다른 회사로 옮긴 뒤에도 그 말을 지켰다.

월급의 80%를 저축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지만, 회사는 동탄에 있었고, 회사에서는 사택을 제공해 줬다.

5만 원에 거주가 해결이 되었다.

2017년엔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매일 야근을 밤늦게까지 했고

삼시 세끼를 회사에서 해결하며 돈 쓸 일이 없었다.


그렇게 모은 돈이 내 첫 번째 ‘목돈’이었다.

그래서 후배에게도 같은 말을 해줬다.

나처럼 조금 고생하더라도 빨리 자립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누구나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 '직장인 생활'을 빨리 벗어나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돌아온 후배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전 그렇게 궁핍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잠시 말이 막혔다. 조금 충격이었던 것 같다.

모든 직장인의 꿈은 경제적 자유와 퇴사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빨리 달성하기 위한 목돈 마련의 방법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또 다른 신입사원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적당히 일하면서 오래 다니고 싶어요.”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모든 직장인이 퇴사를 꿈꾸는 건 아니구나.

누군가에겐 안정이 목표이고, 누군가에겐 변화가 두려움일 수도 있다.


그 이후로 나는 조언 대신 그저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세대마다 속도가 다르고,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의 리듬이 있으니까.


우리는 각자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이다.

왼쪽 차선의 하얀 차는 나보다 앞에 가고 있고,

오른쪽 차선의 검정차는 나보다 뒤에 오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정속 주행으로 조심히 달리고 있다.


하지만, 하얀 차와 검정차의 목적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 하얀 차는 느린 것일 수도, 검정차는 빠른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각자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이다.

옆 차에게 내 길이 옳다고, 내 속도가 옳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어쩌면 후배들에게 나의 방향과 속도를 주입하려 했었을 수 있다.

그제야 조금 부끄러워졌다.

인생의 도로는 한 줄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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