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행의 마지막날, 전설을 손에 넣다.

by 연의 담소

마침내 여행의 마지막날이 되었다. 친구와 호텔 조식을 먹고 느긋이 준비를 한 후 공항에 가면 되는 날이었다. 일상의 반복에서 벋어나 쉼을 위해 떠나온 여행. 드디어 일상의 고통은 단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게 된 순간이었다. 사실은 너무 고단했던 몸이 집에 가고 싶다고 외칠정도였다.


여행을 다니며 기념품을 많이 산 것도 아닌데 케리어가 닫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주간의 여행짐을 기내용 케리어에 눌러서 짐을 싸들고 왔으니 아주 조금만 짐이 늘어도 닫히지 않을 만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안은 조식을 먹고 지퍼팩 가방을 사는 것이었다.


근처에 다이소가 있었지만 오픈 시간 때쯤엔 공항에 가고 있어야 했다. 호텔 근처 편의점과 슈퍼를 돌아다니며 짐을 넣을 가방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와중 한 동네 슈퍼에 갔다. 슈퍼에서 지퍼팩 가방을 팔 것 같진 않았지만 근처 편의점에 팔지 않아 아쉬운 데로 들어간 것이었는데, 뜻밖에 무엇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포켓몬빵! 지금은 다시 유통이 잘 되어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2년 전에는 다시 판매가 시작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공급이 많지 않았다. 제주도여행 당시 들어가는 편의점마다 '포켓몬빵 없어요'라는 문구가 걸려있을 정도였다. 짐을 넣을 가방을 찾다가 우연히 들어간 슈퍼에서 포켓몬 빵이 3개나 있었다.



나는 정말 놀라며 단번에 3개를 다 집으려 했는데, 슈퍼 아주머니가 계산대에서 소리를 치셨다. "하나만 살 수 있어요!!" 규칙이 적혀있지 않아서, 당황하고 민망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셋 중 무얼 고를지 고민했다. 친구가 자기도 하나 사면 2개를 살 수 있으니, 원한다면 대신 사주겠다고 했지만, 괜스레 하나만 사고 싶어졌다.


셋 중 고른 빵은 단연 초코빵. 빵도 굉장히 오랜만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을 스티커가 너무 궁금했다. 특히 중학생 때 학원 저녁시간마다 슈퍼에서 친구들과 300원짜리 작은 음료와 포켓몬빵을 먹었던 추억이 생각이 났다.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호텔로 돌아가자마자 뜯어보았다.



늘 뽑기 운이 좋지 않은 나였는데, 전설의 포켓몬이 '파이어'가 나왔다. 바로 친오빠에게 사진을 찍어서 자랑을 했다. 오빠는 운이 좋았다면서 중고로 스티커를 팔면 적어도 만원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분명 이득이 되는 행위이지만, 나의 추억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어 팔지 않기로 하고, 일기장에 고이 붙여놨다.


마지막 여행날에도 작고 귀여운 에피소드가 생길 줄이야. 일상에 치이고 멘탈이 부서진 나를 제주도는 때때론 정신없게 만들어주기도, 포근하게 위로해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나는 마음이 심란하거나 헛헛하면 제주도를 간다. 지인들은 이렇게들 말한다.

"제주도에 보물 숨겨놨어? 왜 이리 자주가! 그렇게 자주 가면 너 보물 어딨는지 사람들이 다 안다."

"제주도 갔다 왔던 돈 다 모아서보면 이미 유럽여행은 한번 갔다 왔겠다."

"제주도를 또 가? 차라리 해외를 가지"



지인들의 말에도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제주도에서 잠시 살아보고 싶다. 여행을 다녀오고 플래너에 다녀왔던 일정을 쓰고, 여행 중 샀던 앨범에 사진을 정리를 했다. 사진첩의 제목에 무엇이라 적을지 고민하다. 이렇게 적었다.

'내가 사랑한 제주도'

keyword
이전 16화뜻밖의 돌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