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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돌고래

by 연의 담소 Aug 21. 2024

 한라산에서 내려온 후 바로 등산장비를 반납하고, 고기국수를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각자 샤워 후 다시 치킨 한 마리를 먹고 다음날 계획을 짜보았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가파도에 갈 예정이었다. 4월 가파도는 청보리 축제가 한창이라 배편을 미리 예약했어야 했다. 남은 티켓을 확인하니 이른 아침시간대만 딱 2자리가 남은 상황이었다. 제주시에 숙소를 잡은 우리가 아침 일찍 서귀포로 가서 배시간을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심지어 한라산을 등반한 다음 날이지 않은가. 친구는 일어날 자신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여행으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이 9시간 반의 등산을 한 다음날이라면, 낮까지 잠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과감히 가파도 일정을 포기했다.


 다음날 걱정과는 달리 그렇게 늦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가파도를 갈 수 있을 정도로 일찍은 아니지만, 적어도 호텔 조식은 먹을 수 있는 시간에 기상을 했다. 산책 겸 시내로 나가 게임장에 펀치도 치고, 네 컷 사진도 찍고 호텔로 돌아와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가기로 했다. 여유롭게 사진이나 찍고 수다나 떨기로 하며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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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지도에 검색해서 나온 외도 339라는 카페를 가게 되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야외에서는 드럼 버스킹을 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모래사장도 자그맣게 있다. 애견동반 출입이 가능해서 귀여운 강아지들도 볼 수 있었다. 그날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 달에 2번 일요일에 운영한다고 한다. 우연히 기간에 맞추어 가게 된 것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날씨는 어제와는 달리 구름 한 점 없었고 바람은 선선히 불었으며,  드럼과 함께 들리는 노랫소리에 푸르른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사실 카페 가는 게 메인 일정이 되어 무난한 날일 수 있었는데, 그날의 모든 색감과 감각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살아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어디에 앉을지 자리를 보고 있었다. 2층 뷰도 궁금하여 올라가 보았고,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그렇게 내려가려던 찰나, 한 아이가 큰소리로 외쳤다.

"우와!! 돌고래다!!"

일요일이라 카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이의 외침에 일제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주변은 순식간에 환호와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확실하게 돌고래 무리가 보였다.



 돌고래 무리가 보이는 순간 때마침 카페에서는 [멜로망스의 선물]이 흘러나왔다.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아. 자그마한 모든 게 커져만 가. 항상 평범했던 일상도 특별해지는 이 순간'

안타깝게도 핸드폰 동영상은 줌을 당기자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는 작게 찍혔다. 그러나 그 순간은 여행에서 마주했던 우연 중 가장 소중한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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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여행 중에 말도 가까이서 보고, 한라산에서 사슴을 마주했으며, 카페에서 돌고래도 보게 되었다. 제주도에서 돌고래를 운 좋으면 볼 수 있다지만, 내가 그 운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도 안 했다. 만약 무리를 해서라도 가파도를 갔다면, 또는 지도에 나온 다른 카페를 갔다면, 2층에서 내려오느라 그 순간을 놓쳤다면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곱씹어봐도 감사한 순간이다. 쉼을 위해 떠난 모두에게 이런 감사한 순간을 마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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