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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보내는 편지

by 연의 담소

녹초가 된 몸을 하루 쉬게 했더니, 다음날 개운하게 일어났다. 원래는 짐옮김이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친구와 같이 머물 숙소가 멀지 않았다. 산책 겸 다음 숙소까지 걸어가 캐리어를 미리 카운터에 맡겼다. 친구는 퇴근 후에 제주도를 올 예정이라 혼자 카페에 갔다. 일전에 지인들이 비행기 착륙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못 갔다는 곳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나는 이 날을 기준으로 이 카페를 3번은 더 다녀갔다.



이토록이나 이 카페를 자주가게 되는 매력을 꼽자면 이렇다. 통유리로 바다가 잘 보이고, 좌석 간의 간격이 넓어서 사람에 치이는 느낌이 없다. 그래서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만들어준다. 두 번째로 공항과 가까워서 비행기 착륙도 잘 보이고 이동도 좋은 편이다. 지인들이 주차 문제로 카페에 방문을 못했다고 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카페에 있는 주차장이 만석이면, 바로 건너편에 주차장이 있어서, 거길 이용하면 된다는 점이었다. (이 사실을 지인들이 알았다면 좋았을걸) 마지막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빵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팡도르다. 팡도르는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케이크로 무척 달다. 나는 단 것을 무척 좋아한다. 달달한 팡도르와 커피를 마시는 것. 이보다 최고의 조합은 없다. 4번을 갔는데 4번 모두 그 메뉴로만 먹었다. (한 메뉴에 꽂히면 그 메뉴만 먹는 편이다.) 어쩌다 지인들이 못 간 카페가 나의 최애 카페가 되었다.



카페에 가서 사실할 일을 생각했다. 편지를 쓰기로 한 것이다. 나는 종종 여행지에서 편지를 부친다. 보통은 집으로 보낸다. 여행이 길기도 해서 중간에 편지 쓸 시간이 생길 것 같았다. 집에다 붙이면서 몇몇 지인들에게 편지 쓰기를 다짐했다. 미리 인스타그램에 편지를 받고 싶은 친구들을 모았고, 총 3통의 편지를 썼다. (사실 편지를 받고 싶어 하는 친구가 생각보다 많아서 몇몇은 집에 가서 편지를 부쳐줬다.)


여행지에서 쓰는 편지는 재미있다. 해외에서 편지를 부쳐본 적이 있는데, 나중에 편지가 도착할 때쯤의 나는 그때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기도 하다. 그래서 때론 내가 나에게, 또는 부모님에게 썼었다. 여행지에서 친구에게 쓰는 편지는 처음인데 그것대로 즐거웠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바다에서 파도가 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전달할지 생각하다 보면 이미 편지지가 글자로 가득 차있다. 진심과 애정을 담은 편지를 읽고 다들 조금은 미소 짓길 바라며 편지를 썼다.



그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호텔 입실 시간이 다가왔다. 걸어서 우체국을 들렸다 호텔에 가면 딱인 시간이었다. 우체국을 걸어가는 내내 제주도민이 된 기분이었다. 제주도에서 편지를 부치는 것이다 보니, 편지가 내 여행이 끝나는 시점보다 빨리 갈 것이었다. 편지야 먼저 집에 가있어. 안녕을 고하고 기분 좋게 호텔로 갔다. 기다리던 마지막 일정을 함께할 친구가 올 시간이 되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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