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뚜벅이 여행은 시간이 흘러 어느덧 9일째가 되었다. 나는 피곤에 절어있는 몸을 좀 재우고 나왔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시간은 정확히 모닥불이 곧 시작할 타이밍이었다. 사람들은 모닥불을 구경하기 좋은 곳에 미리 앉아 자리를 선점해 두었다. 오전에 같이 놀던 친구가 보였고, 근처 자리에 앉아서 새로운 분들과 인사를 했다. 그리고 앉은자리에서 모닥불 반대편 자리를 보았는데, 소주병과 안주들이 다량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이곳은 예약한 숙박 일수 별로 주는 웰컴 드링크를 제외하곤, 각자 음식과 술을 가지고 온다. 술을 보자마자 어마무시한 분들이 왔나 보다 예감을 했다. 역시나 그날 밤 모닥불에는 엄청난 외향인 두 명이 있었는데, 그 자리의 주인들이었다.
모닥불 타이밍이 시작되자마자, 반대편 외향인들의 테이블엔 점점 사람이 모이더니, 어느덧 우리 테이블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결국엔 그 공간의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를 모으는 광경은 정망 대단했다. 마치 여행객을 드래곤볼처럼 모으듯이 하나로 모아버렸다. 모닥불 근처로 보통 사람들이 모이긴 하지만, 그 공간의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를 모으는 광경은 경이감이 들 정도였다. 그 자리엔 대략 20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는데, 모두 각각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불편함 없이 한 테이블에 뭉치게 하는 힘이라니. 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외향인 이지만, 아직까지도 그 둘을 넘가하는 외향인은 못 본 것 같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모닥불 시간이 끝날쯤이었다. 사람들은 아쉬워했고 밖으로 나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원래는 코로나로 인해 사적모임과 영업시간제한이 있었다. 그런데 또 때마침, 거리 두기가 며칠 전에 해제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졸리고 피곤한 몇 분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인원이 먹던 술을 누군가의 가방에 나누어서 담아 나갔다. 그리고 그 술이 한가득 담긴 가방을 나는 메고 싶었고, 굳이 들어주겠다는 남성분들을 제치고 가방을 메고 해안 쪽으로 이동했다.
우리의 인원은 대략 17명 정도였다. 주민들이 시끄럽지 않게 해안 쪽에 자리를 잡고 편의점에서 돗자리를 사서 깔았다. 진짜 이 조합이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가 내내 생각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대학생, 소방관, 파일럿 교육생, 대기업 회사원, 바리스타, 요리사 등 직업도 다양했다. 술과 대화로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흥에 젖어갔다. 도중에 졸린 몇몇은 숙소에 갈 사람들을 구해서 같이 돌아갔다. 그렇게 최후에는 10명이 안 되는 인원만이 남았다. 나는 맥주 한 캔을 쥐고 자리를 내내 지켰다. 앉아 있고 싶었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술은 잘 마시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이 상황을 만든 외향인 중 한 명이었다.
그분은 정말 잔잔히 웃겼다. 표현이 과하지도 않았는데 풀어주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재밌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친구와 둘이 온 그분은 첫 숙소의 모든 인원이 남자였고, 어제 사내들끼리의 우정을 나누다 왔다고 했다. 오늘 모닥불에서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을 것을 생각하고 많은 안주와 술을 사가지고 온 것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3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나와 그분은 점차 피곤하고 졸렸지만, 사람들은 지금이 몇 시인지 조차 궁금해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눈짓을 하며 일어날 분위기를 만들자고 시간을 정해두었다. '못해도 3시에는 정리하자'
"어유~ 벌써 2시 45분이네"
"내일 일어나려면 슬슬 정리해서 갈까요?"
그렇게 정확히 3시에 일어나, 10분 만에 자리까지 잘 정리하고 우리는 성공의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을 기준으로 정말 이제는 혼자 있고 싶었다. 너무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본의 아니게 가는 곳마다 다양한 일행들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좋았지만, 또한 지쳤다. 그 주 주말에는 친구와 한라산을 등반하기로 했기에 하루정도는 쉴 필요를 느꼈다. 연박으로 머무르려던 숙소를 포기하고 친구와 같이 있을 호텔 근처로 다른 호텔을 바로 예약하고 잠에 들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