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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의 담소 Jan 24. 2024

뜻밖의 일행

혼자 떠났지만,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 여행을 갈 때의 묘미 중 하나는 뜻밖의 일행이 생기는 것일 것이다. 사실 제주여행 2주간 오롯이 혼자였던 날은 며칠이 안된다. 뜻밖의 일행이 처음 생긴 건, 이야기를 돌려 게스트 하우스 파티에서부터 시작된다. 파티에서 취한 다음 날, 친구와 통화하며 두 번 다시 파티는 가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있었다. 통화가 끝나자 전날 직원 중 한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누나 통화가 들려서 어쩌다 보니 들었는데, 어제 일 기억 안 나시나요? 저희 인스타 맞팔도 했는데"

"어,,, 기억이 안 나는데,,, 죄송해요. 혹시 제가 뭐 실수했나요?"

"그냥 많이 취해있으셨어요. 말 편히 하시기로 했는데, 진짜 기억 안 나세요?"

"죄송해요. 기억이 안 나니까 우리 다시 친해져 볼까요?"

"ㅋㅋㅋㅋ 그래요 그럼. 오늘은 뭐 하실 예정이세요? 오늘도 파티 오시나요? 저희랑 해장하러 가실래요?"


 이러한 사정으로 게스트 하우스의 다른 식구들과 같이 해장을 하러 갔던 것이다. 혼자 여행을 다닐 때의 숙소는 한 군데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2~3박 정도만 있다가 지역을 옮겨가는 식으로 예약을 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남은 하루는 근처 해변이나 가야지 싶었는데, 어제 그 친구가 때마침 휴무여서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이다. 보통 게스트 하우스 직원들은 휴무 때 다른 게스트 하우스를 가보기도 한다고 했다. 그전까지 맛집도 카페도 같이 가자고 제안하기에 승낙을 했다. 전날의 암울한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하루에 대한 이유 없는 죄책감 때문인지, 혼자 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맛집 정보를 한가득 안고 있는 직원의 리스트가 살짝 탐나기도 했다. 그 친구의 제안으로 우리는 만두전골 맛집과 카페 그리고 협재해수욕장을 가기로 했다.



 사실 나는 해삼이나 조개를 먹지 않는다. 여행을 가서, 식당에서 만두전골을 먹지도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여행방식에 동참했을 때 오는 색다른 즐거움은 좋아하는 편이다. 만두전골 집의 음식 양은 푸짐했다. 무엇보다 만두가 정말 맛있었다.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로 협재보다는 곽지해수욕작을 좋아했지만, 협재해수욕장을 가자는 말에 단번에 승낙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두고두고 했다. 만약 늘 좋아하던 것만 했더라면 협재 해수욕장의 풍경을 전부 놓칠 뻔했다.


 야자수의 풍경은 해외에 나온 기분을 준다.

 켭켭히 쌓인 돌탑. 누구의 소원이 이리도 간절했을까.



 바람이 불 때마다 추웠지만, 스텝 친구가 빌려준 겉옷 덕분에 해변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감성도 가져볼 수 있었다. 사실 한 술집이 눈에 띄어 들어갈까도 싶었지만, 둘 다 술을 많이 마시고 싶지 않았기에 포기를 했었다. 그리고 만약 이 술집에 들어갔다면, 나는 다음 숙소의 일행들을 미리 만날 뻔했었다.


 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은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없고 심심할까 봐 걱정도 된다. 그렇지만 우연히 길 위에서 마주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같이 여행을 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혼자 걷던 길 위에 때때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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